미국은 11년전 '한국의 IMF체제'를 이용했다?
미국은 11년전 '한국의 IMF체제'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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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11년 전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날인 4일, KBS가 당시 미국이 작성한 IMF보고서를 입수보도해 파장이 일고 있다. 당시 급박했던 한국의 경제상황을 세밀하게 관찰한 미국정부의 비밀문서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입수한 것. 특히, 미국이 한국의 'IMF체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자국의 이익과 연결시키려 시도한 대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KBS는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등 미 정부기관들을 상대로 97년 당시 한국 경제 관련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문건들을 공개했다.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INR은 한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전인 97년 초부터 한보사태 등 한국의 경제 동향을 유심히 관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한 미 대사관은 한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97년 12월부터 아예 'IMF 데일리'라는 제목의 일일보고서를 작성해 본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주한 미 대사관이 지난 98년 2월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 전문은 98년도 한국 관련 정책목표를 담고 있는데, 한국의 외환위기를 보는 미국의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주한 미 대사관은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도록 돕는 동시에, IMF와 미국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도록 확실하게 압박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당시 한국은 IMF 협약뿐 아니라 미국에 정리해고제 도입과 적대적 M&A 허용도 약속한 상태.

주한 미 대사관은 또 미국의 무역과 투자 기회 제고를 위한 조치를 한국에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뷰> 장진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사) : "한국경제회복을 돕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의 경제 위기를 자국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기회로 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질문>"미국이 한국의 외환위기 국면에서 시장개방 등을 압박한 내용도 있다면서요?"

<답변>"네, 주한 미 대사관이 98년 2월 본국에 보낸 전문을 보면, IMF 처방의 효과로 98년 하반기에 미국이 한국과의 시장개방협상에서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98년 10월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한 이 비밀문건에는,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데밍이 한국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자동차 세제 개편 등을 요구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당시는 한미 양국이 자동차 협상을 앞둔 시점이었다.

데밍은 또 IMF 서울 사무소장을 만나 한국정부가 자산 해외매각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위원장) : "겉으로는 시장자율을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자산가격을 낮추고, 정부가 개입해달라는 그런 의미인거죠"

이번에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또 한국이 스스로의 잘못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외환위기의 원인과 관련해 이른바 내인론에 한국 여론이 쏠리는 것을 반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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