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4조원 자사주 '골칫거리'
KB금융, 4조원 자사주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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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손 2조원 육박…수천억 확정손실 불가피

▲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지난 9월 KB금융으로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매입했던 4조원 규모의 자사주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지분율의 20%에 달하는 자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판매함으로써 BIS비율을 10%대로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후순위채의 표면이율이 연7.70%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훼손이라는 또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9월만 하더라도 국민은행의 자사주 매입은 지주사 전환은 물론 경영권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로 해석되어지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부정적 측면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자사주의 조기매각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가폭락으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종가기준 KB금융의 주가는 3만원으로 평균 매입단가 5만7000원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자사주 규모가 4조2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손실만 2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오는 3월말까지 자사주 매입 이전에 가지고 있던 5%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5000억원 규모의 확정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머지 15%는 3년 이내에 처분하면 된다.

이에 KB금융은 나머지 15%는 향후 주가 회복기를 대비해 우량주식과의 맞교환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말 황영기 회장은 "내년 3월말까지 처분해야 하는 자사주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매각하겠지만 향후 주가상승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국내외 우량기업의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우량주와의 맞교환을 통해 자사주 5% 매각으로 입은 손실 일부를 향후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기업과의 주식 맞교환 방안이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은행주의 주가급락을 이끌었던 가계대출 부실화 및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에 대한 악재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 예대마진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은행주에 대한 매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신한지주와 KT&G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상대기업 주식을 맞교환했던 사례가 있었지만 금융시장 여건도 양호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의외로 빠른 시일내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간 주식 맞교환의 경우 수익성 측면 뿐 아니라 기업 CEO의 넓은 인맥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의 경우 과거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 회장 등을 거치면서 정재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MB맨'이기도 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불안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장 주식맞교환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황 회장의 '넓은 인맥'이 의외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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