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개혁 의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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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민영화 '재검토' ..증권사 지급결제 참여도 불투명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정부의 금융시장 개혁의지가 급격히 퇴화하고 있다. 새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인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당정 갈등으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사항인 증권사의 지급결제안마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 의지 후퇴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기존 금융위원회가 그렸던 산업은행 민영화 로드맵을 전면 수정키로 했다. 금융불안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지만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의지가 한단계 후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 방침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지주사 형태로 전환될 경우 다른 금융사와의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당정은 산은법에 지주회사 근거를 명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취약점인 수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은행과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산은의 민영화 과정에서 분리되는 KDF의 성격도 기존 '중소기업 전문 펀드'에서 정책금융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DF의 역할이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겹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름은 바뀌더라도 당초 '온렌딩' 방식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 역시 상당기간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실질적인 지분매각 시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지금 팔면 손해일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산은 민영화 연기를 시사한 바 있다.

■'훼손된' 자통법
자통법 시행을 불과 2개월 가량 앞둔 가운데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 방안마저 은행-증권사간 갈등으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은 여전히 수백억원의 지급결제망 참가비를 요구하며 중소형 증권사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으며, 증권사는 참가비 인하 및 분납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방안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간담회를 통해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의 리스크를 또다시 부각시켰다.

이 원장은 "증권사의 경우 외국환 업무와 신용공여 지급보증 등 은행의 예대 기능을 수행하게 돼 있지만 규제감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증권사의 경우 고객 예금을 전액 현금으로 보관하게 되며, 설령 증권사가 망하더라도 증권금융 등을 통해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사에게 외환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외국환거래법 업무 규정 변경도 유보됐다. 이 때문에 자통법의 취지인 '포괄주의'가 사실상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금융불안의 진앙지인 은행들이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일부 대형 증권사들만 지급결제망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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