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위기 2년이상..확실.단호 대처해야"
이헌재 "경제위기 2년이상..확실.단호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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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가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 처방으로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제거할 것"을 주문했다.

   외환위기때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 전 부총리는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이 28일 오후 주최하는 강연회에서 발표할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강연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과 관련 "자산 디플레이션과 기초수지의 악화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최소한 2년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부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확실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며 ▲건설회사와 주택금융 문제 ▲키코(통화옵션 파생상품) 문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문제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 환경 조성 등의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이미 발생한 위기상황들에 대해 "개별적,선택적으로 처리할지 아니면 무차별적 지원을 할지 정책수단을 찾아 시행한 뒤 나머지는 시장에서 평가하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위기에 더욱 큰 고통을 겪는 서민생활의 안정지원에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유도, 위기 대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금융감독체제의 기능 정비,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 정립, 정부 부처간의 관계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현 정부에 충고했다.

   이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선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생활 안정대책과 시장안정 긴급지원을 위해 적기에 확실하고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재정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SOC 투자대상 선정이나 투자 규모의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과거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나섰다 재정적자만 늘고 경기 재생에 실패한 전례를 환기시켰다.

   그는 ▲글로벌 기존질서 재편과정에서 새 정책의 과감한 도입이 가능한 점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결코 작지 않은 내수가 있다는 점 ▲정부의 탄력적 지원이 가능한 점을 한국이 처한 유리한 조건으로 꼽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 재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이 전 부총리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 구절을 인용하며 "명분과 이념 편향을 지양하고 현실적, 실용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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