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시대' 젊은이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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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부의 청년실업 대책 미덥지 못해'

IMF 이래 가장 스산한 연말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얘기하지만 이미 반 토막 난 주가는 아직도 여전히 하향곡선 상에서 출렁인다. 미국 발 희소식이란 것들도 그 약발이 한나절 가기가 힘겹다.

환율의 오름폭은 50%를 넘어선 후 그 선에서 오르내리며 쉬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정부가 쓸 카드들을 미리 다 써버린 탓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수준 아래로 내려갈 전망은 안 보인다. 수입이 줄어든다고 기뻐할 수 없는 우리의 산업구조를 생각하면 수출 지원한다고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인 기획재정부의 배짱이 참으로 기막히다.

기업들이 죽네 사네 하는 와중에 미국 이민 간 자식에게서 달러 송금 받는 한 할머니는 갑자기 환전액수가 늘어 기뻐하더라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를 마다 않던 조기유학파 부모들은 죽을 맛이라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환율 폭등이 시작되자마자 유학 접고 철수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한다. IMF 직후 하루아침에 부모로부터의 송금이 끊기며 오도 가도 못한 채 미아 신세가 됐던 유학생들 기억하며 귀국을 서두를 수밖에 없겠다.

중소기업들은 진즉에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대기업들도 내년 예산을 30%쯤 삭감하고 출발한다는 스산한 소식만 들린다. 그러니 뉘라도 예상할 수 있는 감원의 삭풍이 직장인들에게 몰아닥칠 것으로 이미 예고돼 있다. 당연히 직장인들은 언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 좌불안석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더 눈앞이 캄캄하다. 정부가 청년층 일자리 마련에 부심한다지만 늘 그렇듯 큰 기대를 걸기엔 대책이라고 나온 것들이 별로 미덥지 않다. 한없이 초라한 대책뿐이다. 이게 올 한해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그 많은 젊은이들의 긴 인생 전 과정에 그림자를 드리울까 그게 더 걱정이다.

이런 심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환경 속에서 젊은이들의 예정된 결혼마저 줄줄이 뒤로 미룬다고 한다. 예비 신랑·신부 저마다 결혼자금으로 불려나가던 펀드는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손실마저 크게 본 터이다. 자금상의 어려움이 그만하니 결혼을 미루는 1차적 원인이 될 만하다. 집값은 또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니 지금 구입이 됐든 전·월세가 됐든 손이 나가지 않는 것도 결혼시기를 미루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 결혼은 곧 맞벌이를 의미한다. 맞벌이 가족은 구조조정 1순위라는 우려가 젊은이들을 덮친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결혼식을 강행하는 것은 부조해야할 주변인들에게도 크나큰 민폐라는 생각에 또 주춤한다. 이래저래 결혼식장과는 멀어져간다.

이런 판국에 애국심을 내세운 출산 장려는 참으로 한가해 보인다. 결혼 자체를 엄두내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아이 많이 나아 애국하자는 식의 캠페인을 하는 뱃심이 두둑하다. 혹여 그런 공익방송 내놓고 정부에선 치하 받을지 몰라도 일반 대중들에겐 미운털이나 박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손발이 꽁꽁 얼어 속 풀어줄 뜨거운 국물이 필요한 사람 앞에서 냉면을 추울 때 먹어야 제 맛이라며 후루룩 대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읽게 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어 입맛이 쓰다.

비록 취업의 어려움을 겪더라도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갈 길이 내 앞에 있다는 믿음만 가질 수 있으면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성실하게 살며 근검절약하면 자녀들과 더불어 안정된 미래를 가꿀 수 있다는 희망만 줄 수 있으면 그 사회의 미래는 밝다.

지금 우리는 과연 젊은이들이 그런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고 있는가. 큰 비전과 가까운 목표를 붙들고 힘을 써야할 젊은이들이 당장 눈앞의 밥그릇에만 온 정신을 쏟게 해서야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

IMF를 겪으며 초라해질 대로 초라해졌던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 젊은이들이 다시 엄혹한 경제 한파를 전신으로 맞받고 섰다. 양극화의 심화가 부르는 재앙은 바로 이런 젊은이들 가슴에 절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밥 한 그릇의 평등을 말하는 데 사상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철든 세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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