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회장 절대권력, 복마전 '원인'
농협 회장 절대권력, 복마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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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 집중된 권력... 임직원 도덕적해이 만연

경제 부문 외면…혜택만 '쏙쏙'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농협이 또 다시 대형 비리 사건에 휘말렸다.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이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잇따른 중앙회장들의 비리사건 연루에 농협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농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이 본분을 잊고 권력에 기생하면서 온갖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농협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윗물이 더러워 아랫물까지 더럽다?

최근 검찰조사에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은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미 지난 2005년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차로부터 3억원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는 1988년 직선제 도입 후 선출된 역대 민선회장 3명이 모두 비리행위로 구속됐다는 점이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씨는 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으며 2대 원철희(94년3월~99년3월) 회장도 재임 중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같은 농협 중앙회장들의 잇따른 구속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농협 안팎에서는 회장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최양부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경제·신용 등 주요 부문 대표에 대한 추천권을 중앙회장이 갖고 있고 감사위원 가운데 절반을 회장이 선임할 수 있다"며 "중앙회장이 인사권을 기반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각종 비리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농협법 130조를 살펴보면 중앙회장은 사업전담 대표이사와 전무이사를 추천할 권리를 갖고 있다. 경제·신용 등 주요 부문 대표가 오직 회장을 통해서만 추천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회의 지원을 받는 지역조합의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앙회장의 절대권력은 더욱 공고히 다져지고 있다.

농협의 비리문제는 회장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06~2008년 8월 농협 임직원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 같은 비리로 징계처분을 받은 임직원은 무려 46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농협지부 여직원이 12억원의 돈을 횡령하고 명품 사재기 행각을 벌여 오다 적발된 바 있으며 일부 농협 직원들이 짜고 분양도 안된 건물을 담보로 건설사에 차명으로 불법대출을 해준 사건도 있었다.

농협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농협에 농민은 없다

농협은 240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농민단체이지만 막상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농민은 없다는 것도 가장 맹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농협 본연의 업무인 농업진흥과 농민복지는 신용부문 사업확장에 밀려난지 이미 오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농협은 신용 부문에서 수익을 내 경제 부문을 지원하는 형식을 수 십년간 유지해왔다. 이같은 변신에 대해 농협 측은 "농업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신용부문확장해야 한다"고 항변해왔다.

그러나 '농민'없는 농협의 사업은 비판에 직면했다. 농협은 농민의 이익은 외면한 채 '돈이 되는' 신용사업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농협의 신용사업 자산은 166조원으로 국내 은행 가운데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의 신용부문의 수익은 매년 1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농업과 관련된 사업에는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다.문제는 농협이 농민에 대한 지원을 외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이 각종 특혜 받고 있다는 점이며 그 혜택으로 농협의 신용부문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즉 농협이 정부를 대신해 농민을 위해 지원할 자금을 농협 몸집불리기에만 써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수지위를 핑계삼아 농협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예금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협이 예치한 지방자치단체 공공예금은 약 40조원으로 농협중앙회 전체 수신의 30%에 달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공예금은 일반 예금보다 수신금리가 훨씬 낮아 막대한 예대마진 수익을 얻고 있다.  
대출 업무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체 대출자금의 20%가 넘는 20조~30조원의 정책자금 집행을 대행하면서 수천 억원의 이자율 차익를 보전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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