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장님'금감원 딱해 보인다
'눈뜬 장님'금감원 딱해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비자금 조성 징계 손놓은 금융당국 '한심'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어떤 식당에 들어가면 ‘손님은 왕이다’라는 문구를 내건 집을 볼 수 있다. 장사를 하거나 기업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는 왕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렇게 내건 말처럼 손님을 왕으로 대접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보험업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초 보험가입자에게는 말 그대로 손님은 왕이다. 하지만 일단 보험 계약에 사인을 하고 나면 고객은 하나의 수입원일 뿐이다. 보험금 관련 지급 분쟁이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 민원이 날로 증가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보험업계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의외로 깊다. 보험사의 횡포에 너덜머리를 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

소비자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소비자의 민원을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금융당국의 업체 눈치보기는 가히 딱해 보일 정도다.

몇 달 전 국내 굴지의 재벌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뉴스들이 신문과 방송에 이슈를 던져줬다. 우리나라 최고라고 자부하는 기업의 양심에 금이 간 것이다. 여기에 이 재벌그룹 계열 보험사가 조성한 9억8천억원 상당의 비자금까지 모기업의 양심에 털이 났는데 계열사 기업이야 오죽 할까. 기업이 양심이 있고 기업이 성장하기까지 도와준 고객들을 왕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것에 대한 시인과 그것을 되돌려 놓는 행위가 필요하다.

이 회사 대표는 비자금 조성을 인정하면서도 횡령은 아니라는 어불성설한 말로 자신을 대변했다. 일반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고객을 우롱해도 이런 우롱은 없을 것이다.

현재 이 회사는 미지급 보험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양심적이고 상식적인 기업이라면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돈을 자발적으로 돌려줘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시간 끌기와 눈치보기가 역력히 보인다는 점이다. 법원에서도 딱히 미지급 보험금을 어떻게 해라라고 판결을 안 내려주니 일단 기다리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책임을 일단 법원으로 돌리고 보자는 것 같다. 솔직히 금감원이 이 회사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 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으니 눈뜬장님과 뭐가 다를까.

법원 판결과 별개로 금감원이 이 회사에 대해 먼저 조치를 취해야 했지 않을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금감원은 이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기보단 공적 기관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연말이면 기업들이 봉사활동 나선다. 김장 담그기, 연탄 배달, 독거 노인 돌보기 등등 물론 이런 사회활동들이 우리사회에는 필요하다. 하지만 생색내기와 대외적 기업 홍보의 수단으로 쓰이는 각각의 활동들이 입가를 씁쓸하게 만든다.

이런 활동들이 국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홍보실 직원의 말이 떠오른다. “사진 찍고 보도자료 배포해야 해서 주말도 쉬지 못하고 봉사활동 간다”는 푸념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경제 불황 속에서 기업을 응원할 수 있는 가장 큰 지지자이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국민들이고 고객들임을 기업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