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통령 '미네르바', 익명성을 벗어라
밤의 대통령 '미네르바', 익명성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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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네르바 예측..신빙성과 전문성 논란 '여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가히 '미네르바 광풍'이라고 해서 과언이 아니다. 미네르바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비공식' 경제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경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접해봤을 유명인사다.

작금의 금융불안을 정확히 예견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미네르바는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동급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온다. 심지어는 언론을 통해 대통령과 비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루비니 교수와 한국의 미네르바와의 공통점은 낙관론 일색의 금융시장 전망을 뒤엎고 작금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선견지명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경우 '얼굴이 없는 비공식' 경제 전문가라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포심리에 젖어 있는 동안 경제 주체들은 '공식적인'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인물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여기에 익명성까지 더해질 경우 대중은 크게 동요하게 된다. 영화나 책 속에 등장하는 난세의 영웅 대부분이 얼굴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이같은 심리를 방증한다. 특히 인터넷의 대중화는 미네르바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장 시켰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미네르바에 대한 평가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을 것으로 사려된다. 우려되는 점은 이같은 익명성이 국내 경제의 낙관적 팩트(FACT)까지 심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비관론에 편승한 '마이너스 베팅'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식시장에서는 향후 증시가 하락하는 쪽에 베팅하는 경제주체들이 늘고 있으며, 1500원선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수준으로 되돌아간 환율 역시 추가상승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환율사재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같은 마이너스 베팅은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가는 일등공신이 된다.
 
미네르바가 마이너스베팅을 조장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기가 지속되는 한 '밤의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현 주가의 반토막 수준인 지수 500을 두고 '미네르바 지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것은 그의 분석이 전문가들의 영향력을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미네르바가 활동했던 카페에서는 미네르바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했다고 한다. 그의 분석자료에 대한 전문성과 신빙성 여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경제를 걱정하고 경제주체들에게 진정성 있는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의중이 여전하다면 이제는 당당히 익명성을 벗어던지고 '공식적인' 경제 대통령으로 나섰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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