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체, 아직도 사대주의 발상
美 IT업체, 아직도 사대주의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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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여성들이 쌍꺼풀 수술을 하면, 서양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최대한 깊게, 눈이 움푹 들어가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지금처럼 수술한 티가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대화할 때 영어 단어를 몇 개씩 섞어서 써주는 것을 마치 대단한 지식의 척도로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미국에 유학을 갔다 오거나 여행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선망이 높았다. 오죽하면 코미디 프로에서 되지도 않는 딱딱한 발음으로 영어발음을 하며 자기과시를 하는 사람들을 심하게 비꼬곤 했으니까 말이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놓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들이다. 그 시절 미국이라 하면 선진문물에 최첨단, 최신유행이라는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반면 동남아와 아프리카는 한수 아래로 보곤 했다. 은연중에 우리 스스로도 흑인과 동양인은 깔보다가도 백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여전히 IT업계에 존재하고 있다. 제품의 성능이 어떻든지 간에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이나 회사에 공급되었다면, 검증이 마치 끝난 것처럼 홍보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경쟁사인 국내 IT제품의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과거라면 먹혔을 좋은 홍보 방식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특히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선진 금융시스템이라고 자랑하는 미국도 별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적은 자본으로도 대박의 꿈을 키워주는 파생상품은 이제는 그 부실규모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리스크 관리에 엄청난 허점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증권사가 롤모델로 삼았던 IB인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메릴린치는 파산되거나 상업은행에 인수됐다.

더군다나 이번에 망한 IB에 자신들의 제품이 공급됐다고 자랑하는 미국 IT업체가 다수 있었다. 이중에는 리스크 관리 업체들도 포함돼있다. 이제는 그런 공급사례를 떠벌리지도 않지만, 그런 업체가 버젓이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IT제품의 검증은 미국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았다한들, 국내 사정에 맞지 않고 사용이 불편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도 미국 IT업체는 자신들의 제품이 세계적인 표준을 맞췄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은 불필요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한다.

한국에 진출했다면, 한국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입맛에 맞춰진 제품을 그대로 갖다 쓰겠다는 사대주의적 발상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 채 한국 고객만을 탓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IT업계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의 미래가 미국 IB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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