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美 경제정책 휴가 돌입했나"
크루그먼 "美 경제정책 휴가 돌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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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산업 구제도 정치권 '태만'에 가로막혀"
버락 오바마가 내년 1월 20일 차기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국 경제는 얼마나 더 깊이 추락해야 할까.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러한 물음에 불행히도 대답은 "많이(a lot)"라고 응답했다.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후 두 달 남짓 지났는데 상황이 이만큼이나 나빠졌고, 또 경제악화에 가속도가 붙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그의 전망은 크게 과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크루그먼은 21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레임덕 경제'(The Lame-Duck Economy)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현 단계 미국의 경제정책은 위협에 적절히 대처하기보다 "휴가에 돌입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신용시장에 공황상태가 들이닥쳤음에도 어떠한 구제계획도 눈에 띄지 않고, 위기에 처한 자동차산업을 긴급구제하려는 방안도 정치적 대립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혔다며 "디플레이션과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산업)가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먼저 디플레이션.

크루그먼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예로 들며 당시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너무 낮으면 경제를 제대로 굴리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하고 현재 미국 경제에는 명확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관측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복의 징후가 없이 몇 달이 지나면 미국은 수년간 일본과 유사한 '올가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디트로이트.

크루그먼 교수는 신속한 정부지원 없이는 자동차산업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와 하도급업체들이 파산에 이를 실제적 위험이 존재한다며, 자동차회사가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옳은 판단일 수는 있지만 그러한 결정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비용과 수익에 대한 철저한 고려를 한 뒤 내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권 지원금 7천억 달러의 일부를 자동차산업에 전용하기를 원하는 민주당과, '클린카' 기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공화당 간의 정치적 대립을 '태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크루그먼은 이어 지금부터 대통령 취임일까지 얼마든지 좋은 경제정책이 충분히 시행될 수 있지만 현 경제 위기의 규모에 걸맞은 정책이 하나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과 행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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