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어디로 흘러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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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원-달러 '출렁'... 원-엔 '급상승'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주춤했던 원·달러환율이 다시 고삐풀린 듯 치솟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날뛰는 환율이 원인이 돼, 추가상승을 이끄는 시장의 모습이다.

이에더해 실물경제침체를 나타내는 경제지표가 쏟아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년도 경기악화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위험자산 기피현상에 외국인들은 끊임없이 국내주식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가려하고, 이는 환율 급등으로 이어진다. 환율 급등은 주가급락을 이끌고 주가급락은 또다시 환율 급등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외환시장의 안정은 쉽게 찾을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천장이 뚫렸다…환율 1500원 시대의 개막?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

전날보다 3원오른 1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이날 환율은 매수세가 나오자 이내 1525원으로 고점을 높이며 금융시장을 공포로 이끌었다.

이후 환율은 줄곧 1510원대에서 거래되다가 막판 정부의 개입으로 보이는 매물이 쏟아지자 하락반전에 성공, 전날보다 2원 하락한 14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국내외 주가시장의 급락의 여파로 환율이 상승했지만 정부의 직·간접 적인 영향으로 주가가 반등하면서 환율이 하락반전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밤사이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5%이상 급락하고 S&P500 지수가 지난 1997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글로벌금융시장을 뒤숭숭하게 만들었고 이는 환율폭등으로 이어졌지만, 오후들어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회복하자 원·달러 환율도 급반등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초반 국내주식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며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외국인들이 이후 9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 긍정적 역할을 미쳤다. 이날 외국인은 11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이동운 과장은 "이날 환율은 1525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1490원대로 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거래량이 거의 없고 단순히 실수급만 처리하는 장이 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날 환율이 1495원의 전고점을 경신한 만큼 위쪽으로 열려있다고 판단한다"며 "다우지수의 변동에따라 환율이 움직이는 장세가 유지될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방위적 대책, 그러나...불안요인 '산적'
지난 9월 15일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으로 공황상태(패닉)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에 안정을 찾는듯 하더니 또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쏟아부은 자금은 133조원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최근 한 달간 1.25%p나 인하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2122억5천만 달러로 사상최대폭인 274억 2천만 달러의 급감을 보였다. 이는 은행권에 대한 달러 유동성공급,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기타 통화의 약세에 따른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도 한국은행은 매주 화요일에 실시되는 경쟁입찰 방식의 스와프 시장 외화공급으로 6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25일에도 20억 달러씩 자금 지원이 예상된다. 또 지난 13일 정부와 한은은 수출기업들에 대해 160억달러 외화유동성 공급을 발표한 바 있어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달 말께는 외환보유액이 1900억 달러대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외환시장은 불안감으로 더욱 '출렁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급한 자금은 어림잡아 300억 달러에 이른다"며 "막대한 달러 공급에서 외화유동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13억의 반짝 순매수를 보였을 뿐 19일 기준으로 약 2조원 이상의 지속적인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 자금은 달러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달러환전 수요가 늘어나며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또 몇 달째 지속되는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한 시장 불안정이 물가지표 악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증명되는 듯 보이자 심리적불안이 배가 되며 시장을 어둠속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은행의 관계자는 "환율의 등락은 외견상으로는 수급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며 "당국이 아무리 공급을 늘리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으면 그 기대심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펀드 수익률 급락에 따른 투신권의 환율변동위험 헤지분 정리 관련 수요가 나와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 한국의 신용위험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외평채 가산금리의 상승세와 외평채 5년물의 CDS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원화약세를 이끌고 있다.

2014년 외평채 가산금리는 14일 현재 5.24%로 지난 4일보다 0.5%p급등했으며, 외평채 5년물의 CDS프리미엄은 3.57%로 지난 10일보다 0.81%p 상승했다.

■환율 안정, 언제쯤 찾아올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장기적으로 하향안정화 할 것이라고 단언했던 전문가들은 섣불리 전망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환율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지 돼 있다"며 예측불허의 시장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등 특단의 대책이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제자리로 복귀하자 이번 시장불안이 '만만한 놈이 아니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서 비롯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내시장의 안정이 그 해답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에도 달러화 수요의 우위가 지속되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세는 채권시장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는 점도 환율상승세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주가 500, 환율 2000원까지 못가라는 법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부동산·가계 부문의 부채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 외국인들의 자금회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환율 수준이 고점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인해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주요20개국(G20)정상회담 이후 각 국의 금융시장 안정노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돼 신용경색완화와 환율안정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NH투자 선물의 이진우 부장은 "1525원이 단기적으로 고점일수 있다"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시장이 질려버린 모습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좋은 뉴스가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기술적 조정으로 주가반등 이나 환율 조정이 가능한만큼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장이 악화일로를 걷는 어리석은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며 "정부의 섣부른 대책이 시장의 불안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하 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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