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경제 불확실성 증가에 정부도 책임"
정운찬 "경제 불확실성 증가에 정부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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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강연서 위기 활용 창의성 강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최근의 환율 급등 등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데 정부도 신뢰 부족 등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총장은 20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한국 학생 모임인 한국비즈니스협회 초청으로 마련된 강연에서 "정부가 성장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국가 경제의 장래에 불확실성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총장은 '대내외적 변화와 한국의 성장전략: 불확실성을 자산으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현재의 불확실성 증가에는 국제 금융불안 등 외부적 요인이 크지만 정부도 부주의하게 환율 수준에 대해 언급하는 등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데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21세기 국제경제 환경에서 구시대적 접근법을 적용하려는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은 수치적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주도의 성장전략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선진 경제권이 이같이 공개적으로 성장률을 관리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 뒤 달성하기 어려운 성장률 목표치에 대한 집착은 정책 일관성이나 경제적 안정에는 나쁜 소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 급등의 원인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는 금융권과 정부가 은행의 규모를 키우기에만 집착해 유동성 문제에 빠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부족한 점을 들었다.

그는 "금융기관은 커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고 정부도 이를 밀어부치면서 은행이 커가는 과정에서 대출을 너무 많이 해줬다"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실물부문에서 실력 이상으로 팽창해서 문제가 됐는데 이후에는 금융부분에서 너무 팽창을 하다보니 예대율이 높아져 유동성 어려움에 처하게 됐고 여기에다 정부에 대한 믿음도 많지 않다보니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정상적인 상황이 되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기 이전보다 낮은 환율이 적정하다고 본다며 1천원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에 지난 정부나 현 정부 등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부 탓도 있고 세계 경제 탓도 있지만 최종 책임은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경제 주체들에게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지난 정부나 현 정부가 다 상황이 악화되는데 기여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 수준의 투자은행(IB)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면서 아직 우리나라의 기반이 이 정도로 성숙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뒤 "IB를 육성한다거나 리먼브러더스가 어려워지니 산업은행이 이를 사겠다거나 하는 허황된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경제외적 요인으로는 사회의 다양화와 정치적 불안정, 대북 관계의 불활실성 등을 들고 한국의 성장전략으로 규제완화와 개방경제의 신축적인 운영, 생산성 향상 등 올바른 성장전략 고안, 교육개혁과 창조적인 인적자원 양성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국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이것이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불확실성을 기회와 창조성으로 바꾼다면 한국은 새로운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고 세계가 이를 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인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총장은 지난 1976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에서 강의를 하다 1978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뒤 30년 만에 이날 컬럼비아대에서 강연을 했다.

프린스턴대 '펠로우'로 초빙돼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정 전 총장은 다음달 말 귀국할 예정이다.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의 초대 원장을 맡게 된 그는 연구원을 세계적인 수준의 이론적 연구와 객관적인 정책 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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