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푸는 게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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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칼은 정부 것이 아니다

이제 한주에 한 번씩은 사이드카가 발동 되려나 보다. 지난 20일 주가지수가 6.7%나 빠지며 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되고 948.69까지 밀리자 올해 들어서만 21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0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불과 일주일만이다. 달러도 급등해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500원을 넘기도 했다. 환율은 급한 소방 활동 덕에 1,497원에 마감했지만 전날보다 50.50원이 오른 가격이다. 이게 천정이란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현재 상태라면 1600원도 넘지 말란 법이 없겠다. 기업마다 긴축 바람에 꽁꽁 분위기는 얼어붙고 구조조정의 칼이 목 앞에 다가온 직장인들의 하루하루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다. 너나없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파업하겠다고 오래 별러온 지하철노조가 그간의 공언을 스스로 철회했겠는가. 이 모든 게 미국 시장에서부터 불어오는 실물위기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줄을 잇는다.

미국은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은 건설사와 은행이 위험하다며 투자자들은 돈을 거둬들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막도록 대출을 확대하라고 정부가 목청을 돋워도 자체 보존이 급한 은행은 꽁꽁 돈 보따리 끌어안기에 바쁘다. 급기야 전광우 금융감독위원장이 IMF 시절을 상기시키며 은행들 겁주기에 나섰다. 구조조정의 칼을 들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때와 순서를 분간하지 못하는 철없는 짓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그러지 않아도 뒤숭숭한 은행들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출 받기 자체가 어려운 와중에 금리인하를 유도한다고 끊임없이 돈 풀기에 급급하다. 기업 줄도산을 막자면 불가피한 일이라고는 하나 지금 상황으로는 완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돌아오는 결실이 허무하다. 금융시장 안정화에 133조원을 정신없이 쏟아 부었다는데도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 와중에서도 정부의 참 한가한 정적잡기 게임은 계속된다.

그런 것은 잠시 뒤로 미뤄도 좋으련만 뒤숭숭한 시장 한 끝에선 검찰들이 전 정권 관련자 수색에 여념이 없다. 어수선할 땐 어린 애들도 더 자주 큰소리 내며 울어 제쳐 어른들을 더 심란하게 하는 형국이다. 병이 깊을 때일수록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바른 처방도 나와 회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병증이 깊은 현 경제상황에 정부가 내리는 처방들이 제대로 된 진단 위에 내려진 것인지가 아무래도 미덥질 않다. 급한 판에 한 팔 묶어두고 서두르는 꼴은 아닌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걱정만 늘어간다. 우선 지금 우리 사회가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서 신용경색이 오고 있는 것인지 부터 따져보자.

그간의 거품이 몇 백조 혹은 몇 천조 원의 부동자금이 빠르게 활동하면서 커진다고 믿어왔다. 그 거품은 지금 다 어떤 형태로 완전히 꺼진 것인지 파악됐을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사라졌을까. 아직은 믿을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은 아직 제대로 내려앉지 않았다. 작은 땅에 건설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닥치니 정부가 마음이 급하다. 하다못해 일용직 노동자들이라도 한사람 더 일자리를 찾게 하려면 건설사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란 점에서 이해는 간다. 그래서 건설사도 지원하고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해 거품 덜 꺼진 부동산시장에도 이런저런 지원을 늘린단다.

 지금 흑자도산, 줄도산을 막자는 정부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칼날은 정부가 쥐고 휘두르는 게 아니라 경기침체기에 시장 자체가 구조조정의 칼이 되는 게 정답이다.

그렇게 때마다 걸러 내줘야 자본주의체제의 장수가 보장된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심한 봄 가뭄에 시달리곤 한다. 가뭄이 그치고 모내기 겨우 마치면 장마가 든다. 얄궂다 싶지만 가뭄 없이 장마가 드는 해 농사는 망친다고 한다. 정책도 그럴 성싶다. 과보호는 건강한 양육의 적 아니겠는가. 경기침체기 초반에 기업들은 너나없이 고전하겠지만 그 와중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과 아닌 기업이 뚜렷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적당히 걸러진 후에,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때에 정부가 개입해야 정책의 효과도, 사회적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그 때는 살아남은 기업들도 체질이 강해져 있어서 작은 지원에도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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