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뇌관 '환율', 어디가 끝인가?
경제위기 뇌관 '환율', 어디가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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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정책이 꼭지점 좌우할 것"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주춤했던 원·달러환율이 다시 고삐풀린 듯 치솟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날뛰는 환율이 원인이 돼, 다시 추가상승을 이끄는 시장의 모습이다.

신뢰를 잃은 정부의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고 은행이고 할 것없이 자금마련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고, 서민들은 서서히 조여오는 고통에 숨막혀하고 있다.

환율상승의 거의 유일한 장점인 '수출호조'는 전세계가 불황에 휩싸인 요즘에는 먼나라 이야기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만큼이나 시린 이 시련의 계절이 언제쯤 물러날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환율 '파동'
20일 서울 외환시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전날보다 53.5원 급등한 15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이날 환율은 내내 1490원 선에서 거래됐고, 장중 1517원까지 고점을 높이는 등 외환시장 참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시장은 전날보다 50.5원 폭등한 149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998년 3월 18일 이후 10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 치운 것.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날환율 폭등사태의 원인으로 국내외 주가 급락을 지목했다.

밤사이 뉴욕시장에서 다우지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5년반만에 8000선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이로인한 위험자산기피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코스피역시 1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외국인들은 여지없이 국내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제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한 주식은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이 전날보다 42.5원 급등한 1475원으로 마감한 점도 환율 상승의 재료가 되고 있다.

다만 1500원까지 올라서기에는 수출업체의 매물, 당국개입에 대한 경계심 등 제한요소가 있는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 박상철 과장은 "당국의 직·간접 적인 개입이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지만 막판 반등한 것으로 보면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했던 내년도 무역수지 흑자가 57억 적자로 예상된다는 발표 또한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상단이 어딘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환율의 상단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전방위적 대책, 그러나...
지난 9월 15일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으로 공황상태(패닉)에 빠졌던 금융시장은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에 안정을 찾는듯 하더니 또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쏟아부은 자금은 원화 47조9천억원, 외화 690억달러(약85조원)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최근 한 달간 1.25%p나 인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사상최대폭인 274억 달러가 급감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외환시장은 불안감으로 더욱 '출렁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급한 자금은 어림잡아 300억 달러에 이른다"며 "막대한 달러 공급에서 외화유동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3일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600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수 했을뿐 이후 19일 기준, 약 2조원 이상의 지속적인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 자금은 달러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달러환전 수요가 늘어나며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또 몇 달째 지속되는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한 시장 불안정이 물가지표 악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증명되는 듯 보이자 심리적불안이 배가 되며 시장을 어둠속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은행의 관계자는 "환율의 등락은 외견상으로는 수급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며 "당국이 아무리 공급을 늘리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으면 그 기대심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 언제쯤 찾아올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장기적으로 하향안정화 할 것이라고 단언했던 전문가들은 섣불리 전망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환율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금지 돼 있다"며 예측불허의 시장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등 특단의 대책이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제자리로 복귀하자 이번 시장불안이 '만만한 놈이 아니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서 비롯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내시장의 안정이 그 해답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에도 달러화 수요의 우위가 지속되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세는 채권시장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는 점도 환율상승세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주가 500, 환율 2000원까지 못가라는 법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부동산·가계 부문의 부채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 외국인들의 자금회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1400원후반대에서 1500원 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조현석 대리는 "오늘 시장이 1500원 후반대로 오르자 업체들의 추격매수가 이어지면서 막판에 환율 상승을 이끈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주식시장이 회복되느냐가 외환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으로 시장이 돌아서면 또 순식간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기때문에 1400원 후반에서 1500원선에서 보합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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