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까놓고' 관치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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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거래소, 공공기업 지정 OECD 가입국 전무
▲ 공인호 기자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최근처럼 전세계적인 금융불안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금융시장 메커니즘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함은 두말할나위 없다.

최근 미국이 기존 신자유주의 대신 케인즈학파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우리 금융시장은 미국과 다르다"며 초토화되는 선진 금융시장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용도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며 사실상 국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염되는 경로를 사전에 차단코자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사실상 '관치금융'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들이 과거 수년동안 값비싼 외화를 빌려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행태를 일삼아 왔다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IMF 이후 '은행 살리기'에 또 다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다면 정부의 연봉삭감 지침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증권선물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은 거래소의 방만경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감독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수익의 50%가 독점적 수익인만큼 공공기관 운영법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거래소를 공기업으로 만든다고 해서 방만경영이 차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각이 많다.

기존 공기업들의 방만경영과 임직원들의 도덕적헤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과도 상반된다.

OECD 국가중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나라가 전무하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증권업계는 특히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내년 6월 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불안기를 이유로 공기업 민영화 정책마저 퇴색돼 가고 있는 지금, 정부가 대놓고 '관치금융'의 틀을 재구축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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