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길, MB의 길
오바마의 길, MB의 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승희 주필©서울파이낸스
세계인들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에 더 큰 관심을 보였으나 미국인들은 경제위기 속에서 ‘변화’를 강조하는 젊은 지도자에게 더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그 오바마의 변화가 뭘 의미하느냐는 한국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향후 미국의 길을 아는 첫걸음이 될 터이다. 어떻게 보느냐는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간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기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오바마의 미국이 부시의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리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통상적으로 그 기반을 삼는 산업이 다른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가 있어 우리로선 앞으로의 관계를 읽어 나가는 데 참고로 삼을 뿐이다.

부시의 공화당이 대체로 군수산업처럼 거대 자본이 집중된 산업부문과 세계 제1의 국방력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오바마의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중소기업, 노동자, 유색인종 등 소외계층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산업 측면에선 금융업과 같은 보다 소프트한 부문에 좀 더 친밀한 정책을 보였다.

다만 오바마가 제시한 정책 방향이나 그간 민주당이 보였던 정책 수단 선택의 형태를 보자면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은 덜어지는 대신 아직은 여전히 미국이 갖고 있는 금융산업의 우위를 적극 활용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 노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또 미국 노동자들의 요구에 공화당보다 더 민감한 민주당 입장에서 보자면 한미 FTA 자동차부문 재협상 요구가 거세어 질 전망이며 보호무역의 압력이 우리 수출산업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위기 속에서 출발하는 오바마는 미국의 경제 중심축을 바꿔나갈 방법을 고민하리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의 변화가 바로 그런 밑그림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미국 외교 역시 변화될 것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너무 힘을 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압박 중심으로 가기 보다는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북한을 국제무대에 끌어내는 데 더 무게를 둘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북미관계에도 의미 있는 진전들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런 오바마의 미국이 가는 길과 현재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현정부의 가는 길은 정반대로 보인다. 똑같이 경제위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그 해법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결과에 주목하게 된다.
 
거액을 투입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점에서는 현재 한국이나 앞으로의 미국이 같은 궤를 가지만 경제위기를 돌파할 중심축을 누구로 삼느냐는 점에서는 기본 인식이 전혀 다른 것이다. 보수로부터 진보로 돌아선 미국과 진보로부터 보수로 회귀하는 한국의 4년 후 결과가 어떻게 변할지 우리로선 거대한 실험을 볼 중요한 기회를 얻는 셈이다. 내 일만 아니라면 흥미진진한 구경이 되겠으나 우리의 일이다 보니 가슴 졸이며 관전하게 될 성싶다.

오바마는 부자 중심의 세수증대, 주택대출자 보호와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감독 규제 강화, 중산서민층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 개입, 공교육 개선 강조, 북핵 관련해서는 대화와 직접 외교를 통한 핵무기 저지 등에서 특히 한국의 현 정부와 가는 방향이 영 다르다. 한국에선 그 모든 것들이 좌파의 유산이라며 지금 쓸어버리기에 급급한 일들이다. 그런 일들을 오바마는 취임 후에 벌여나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당선됐다.

한국은 지금 경제의 펀더멘탈을 다지기도 전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게 더 급하고 미분양으로 남아도는 아파트가 해결되기도 전에 아파트를 더 짓도록 건축규제를 푸는 일을 먼저 서두른다. 이미 미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한국 땅에선 다시 펴겠다고 법석이다.
 
한국도 제2금융권이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이고 이번 은행권 보증 정도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걸 뻔히 아는 정부다. 시중은행만 부도나지 않으면, 재벌기업만 멀쩡하게 지켜지면 한국 경제는 건강하다고 믿는 듯하다.

어디 경제뿐인가. 세계 2위의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는 북한에 긴급한 식량지원을 놓고 흥정을 벌이다 소통의 끈마저 놓칠 지경에 놓였다. 그 틈에 중국은 주도권을 챙기고 오바마의 미국도 손 내밀 약속을 한다. 한국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뭘 구하시려는가.
 
[홍승희 서울파이내스 주필]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