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화의 사금고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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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투자자 참여 제안"...국민연금"구체적 협의 없어"
[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pen@seoulfn.com>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국민연금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한화측의 투자안을 받아본 뒤 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국민연금이 참여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또 금융권 일각에선 한화가 당초 계획대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국민연금에 손을 벌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인수전에 투자자로 나설 계획이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 금융환경 불안 등을 이유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당시 상황과는 큰 변화가 있어 한화의 투자참여 요청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환율과 증시가 안정됐을 뿐이지, 실물경제 악화와 건설업계 부도 확산 등 이전보다 위기감은 가중되고 있어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한화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한화는 국민연금에 대우조선해양에 투자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측은 한화와의 접촉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투자제안을 받아본 뒤 투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화측과 접촉했다"며 "앞으로 투자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는 정도이고, 구체적인 투자조건들이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 관계자는 또 "수익성 등 투자조건이 맞는다면 투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조건에 맞는다면 투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화측도 "비공식적으로 국민연금에 대우조선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투자조건에 대해 오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측은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우조선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없는 국민연금 대우조선 투자 입질
 
그러나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실물경제 악화와 은행 등 금융권의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투자철회했을 당시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한화컨소시엄에 참여할 명분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측은 한화측이 제시한 투자안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국민연금이 한화측에 참여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국민혈세를 재벌기업의 사금고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도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증시부양에 나서 주식투자를 확대한 결과, 무려 10조원대의 투자손실을 내 연금의 안정적 운용보단 정부여당의 사금고 역할을 자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국민혈세인 연금을 단지 수익성에만 쓸 수 있느냐에도 논란거리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아들 폭행 사건에 직접 연루된데다 수조원대의 세금이 투입된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도 한화는 호주계보험사인 맥커리생명과 이면계약을 통해 예금보험공사를 눈속임해 법정소송까지 벌였다.   
 
과거 한화그룹이 충청은행 한화종금 등을 경영하면서 공적자금 1조 5천억원의 세금을 지원받은 전력도 있어 이번 국정감사장에서는 이성헌 이종구 현경병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기 전에 혈세부터 갚아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한화컨소시엄 참여 소식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화컨소시엄 참여에 발을 뺐다가 다시 참여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화, 인수자금조달 비상벨 울리나?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자금으로 산업은행에 약 6조 5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자체자금으로 2조원 등을 조달하고, 군자매립지 등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최대 2조원, 농협 등 금융권을 통해 1조 8천억원 등을 차입과 자체조달할 것으로 알렸다. 한화는 인수자금으로 무려 3조~4조원 가량을 시장에서 대출 등 차입금을 조달해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의 자금조달 계획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권은 C&그룹 유동성 위기, 태산엘시디 키코 파문 등으로 우려했던대로 손실우려가 큰 데다 무리한 주택자금 대출확대 등으로 대출여력 한계를 드러내면서 은행 등 금융권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차질을 우려했다.
 
이에 농협 등 한화컨소시엄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이 1조 8천억원 가량을 대출해주기로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자 한화가 국민연금의 참여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에 한화가 손을 벌린 것 자체가 한화가 자금조달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존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을 하는 방법으로 유지하고 신규대출은 피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승자의 저주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무리하게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가 한화그룹 자체도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의 둔화가 한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 10월 한달간 국내 조선업계가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선업의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전문가 사이에선 세계경제가 향후 3년~4년간 저성장등으로 더딘 경기회복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대우조선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근한 예로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호그룹은 최근 매년 3천억의 흑자를 내는 금호생명 처분에 나섰지만 곤경에 처했다. 시장여건이 만만치 않아 매각 차질이 삐그덕되고 있는 것. 

금호가 알토란같은 금호생명 매각에 나선 이유는 대우건설 인수 당시 무리하게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가 그룹 자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당시 금호그룹은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대우건설의 주가가 일정금액 이상 도달하지 않을시에는 그 가격에서 되사주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는데, 건설업의 침체 등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반토막나자 재무적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를 우려해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다.
 
현재 금호의 유동성위기는 과도하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한번 돈 루머에 금호그룹은 식은 땀을 흘렸다.
 
풋옵션 부담을 덜기 위해 금호측은 보유지분 70% 가량을 1조원대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은 5000억원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어 거래 자체가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태다.

금호그룹처럼 한화도 무리하게 재무적 투자자로 확보하려다가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이를 승자의 저주라로 자조하고 있지만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자칫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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