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사상 최대폭 감소
외환보유액 사상 최대폭 감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례적인 요인 커…환율에 미치는 영향 '미미'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10월 한달간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감소한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 외화자금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상황에서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시장 불안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은행권에 대한 달러 공급과 유로화와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달러 환산액 감소 등 이례적인 요인 크다며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특히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외화자금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어 시장 불안을 초래하지는 않을 이란 전망이다.
 
■달러 유동성 공급 및 기타 통화 약세 때문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274억2천만달러 줄어든 2122억5천만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월중 감소폭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한은은 이같은 외환보유액 급감의 원인에 대해 은행권에 대한 달러 유동성 공급,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기타 통화의 약세에 따른 달러 환산액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예전처럼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보유 달러를 소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달러난이 심화되자 외화자금시장(스와프 시장)을 통해 100억 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를 각각 공급했으며 한은도 지난달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경쟁입찰 방식으로 스와프 시장에 27억 달러를 투입했다.
 
또한 정부와 한은은 추가로 300억 달러를 더 공급하기로 하고 10월 하순부터 외환보유액을 풀고 있다.
 
기타 통화 약세로 인한 감소분이 상당하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운용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작년 말 현재 미 달러화 자산의 비중은 64.6%이며 나머지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들에 투자돼 있다. 기타 통화 자산이 3분의 1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타 통화의 약세는 보유액 감소의 큰 요인이 된다. 10월 중 유로화와 파운드와는 달러화에 대해 9.4%씩 절하됐다.
 
여기에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조기 해지에 따른 증가분(50억 달러)과 운용 수익 등 증가 요인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타 통화 약세로 인한 감소분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철 한은 국제기획팀장은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로 국내 외화자금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외화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한데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의 약세로 이들 통화 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타 통화 약세에 따른 감소분을 밝힐 수 없지만 생각보다 매우 크다"며 "이는 달러로 환산된 금액이 감소했다는 것으로 실제 보유 자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와 같은 외환보유고 급감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 외화자금 시장의 경색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과 같이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2천122억5천만 달러로 6월 말 기준 2천223억 달러인 유동외채 규모를 밑돌기 때문이다. 이에 단기외채에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장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를 근거로 가용 외환보유액이 사실상 바닥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정부가 7월 말 현재 375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예금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보장키로 한 점도 외환보유액 소진 우려를 키울 수 있다. 또한 미국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에 투자한 외환보유액이 370억~380억 달러로 알려진 점 역시 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해 외환보유액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외환보유액은 위기 극복을 위해 사용하는 비상금으로, 목적에 맞게 쓰다 일부 줄어들었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 외화자금 시장의 경색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지난달과 같이 급격한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율에 큰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이같은 외환보유고 급감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환율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둔화할 경우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외환 스와프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화를 공급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지만 스와프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외환보유액의 투입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물환과 선물환의 격차인 스와프포인트 3개월 물은 9월26일 -2.00원에서 지난달 10일 -29.00원까지 폭락하고 나서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당국의 개입으로 이달 3일 현재 -15.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화를 주고 3개월 동안 달러화를 빌리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와프포인트 하락은 원.달러 환율에도 심리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을 대비한 은행들의 외화조달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스와프포인트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선제 대응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를 외환시장 불안 요인으로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보유액 감소세 언제까지?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의 감소세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고 경상수지가 10월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외화유동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매주 경쟁 입찰 방식의 스와프 거래로 달러를 공급하고 있는 점도 감소 요인이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10월에는 국제 금융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유로·파운드화 등이 초약세였는데 금융불안이 진정되고 있어 기타 통화 약세에 따른 감소 폭은 크게 줄 것"이라며 "여기에 미 FRB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경상수지 흑자 등 플러스 요인이 있어 보유액이 10월처럼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