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여기쯤이 바닥일까?
주가, 여기쯤이 바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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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주필©서울파이낸스
한때 2000포인트를 넘어섰던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깨고 추락했다. 이쯤이면 바닥일까. 그리 보고 싶은 게 많은 관계자들의 심정일 터다. 진심으로 그리 믿을 사람은 몇이나 될지 모르지만.

객장이 텅 빈 증권회사에선 어떻게든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고객예탁금을 늘리도록 호소도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모두 도박꾼이 아닌 바에야 지금의 장세에 더 돈을 넣을 리 없다.
 
증권사들의 존망이 위험지경에 이르러 당국이 긴급히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한숨 돌리긴 했겠으나 안심할 형편은 아닐 터다.

삼성증권에선 아예 주가가 바닥에 다가서는 조짐들이 최근 곳곳에 등장한다는 리포트를 내놨다. 주식관련 기사가 웬만해선 1면에 등장하지 않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 올랐다, 투자설명회장이 썰렁하다, 애널리스트가 투자의견과 적정주가를 공격적으로 하향조정하고 “빅 사이클이 끝났다”는 뒷북 의견을 제시한다, 증권사 영업직원이나 투자자의 자살 소식이 들린다는 등을 바닥의 징후로 제시했다. 삼성증권 리포트의 기대는 웬만한 경기 사이클 하에서라면 그럴싸하다. 현재 상황이 그 웬만한 때에 해당되질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을 뿐.

요즘 애널리스트들은 멀어져가는 투자자들을 향해 워렌 버핏이 언젠가 했던 “지금 사라”는 말을 때를 가리지 않고 너나없이 우려먹고 있다. 그러나 워렌 버핏인들 지금처럼 전 세계에 대공황의 징조가 나날이 짙어져 가는 마당에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라고 권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연일 강력한 정책을 쏟아내고 주요국 정부들 사이의 글로벌 정책공조도 두드러지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금융기관 부도 리스크는 줄지 않고 유동성 고갈과 신용축소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별로 나타나질 않는다. 오히려 실물위기로 번져갈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쏟아지는 글로벌 공조와 각국별 일련의 부양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V자형 급반등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얘기하는 삼성증권 리포트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코스피지수 1000은 우리 시장의 마지노선이라는 게 이 리포트가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간절한 이유다. 1000포인트마저 붕괴하면 선진시장 편입 사실이 군색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아무리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도 절망의 그늘이 너무 짙다. 고도화된 금융산업 자체가 생래적으로 버블 위에 성장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고 있다. 실물부문과는 무관하게 성장하는 소위 첨단 금융은 그 자체가 거품을 끊임없이 생성해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그 금융이 키워낸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또 그 거품을 한꺼번에 붕괴시키지 않으면서 제대로 실체를 바라볼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가 희망을 거는 글로벌 공조가 제대로 성과를 내준다면 그나마 희망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어떻게 자국시장을 지켜가며 국제공조에 충실할지 예상할 수 없고 미국이 중국과 얼마나 서로 의지하고 배려해가며 현재의 금융위기를 넘겨갈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들이 제대로 협력하지 못해도 위험하지만 협력이 잘 돼도 그 밖의 국가들은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는다.

문제는 바깥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시장은 이미 정부가 몇차례 연기금까지 동원해가며 추락하는 주가를 붙들었다. 이제 얼마나 더 그렇게 받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 세계 주가가 추락하는 마당에 인위적으로 국내 주가의 추락만은 막겠다고 연기금을 동원할 때부터 이미 정책적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 급락할 때는 바닥 가까이 다다랐을 때쯤이나 정책자금 투입이 시작돼야 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성급하게 손을 내밀었다.
 
국가 경제 전반의 추락을 부를 수도 있는 위험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는 대통령부터 모두가 일체가 돼 이 기회에 한 단계 도약하는 달콤한 꿈만 꾸고 있다. 도약하는 꿈이야 좋지만 그 꿈을 뒷받침할 제대로 된 정책이 뵈질 않으니 참으로 문제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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