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그리 급한 건가
대우조선 매각, 그리 급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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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주필©서울파이낸스
세계적 금융위기에 정신이 팔려 관계자들 외엔 잊고 있던 공기업 매각 문제가 대우조선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인해 다시 일반 국민들의 시야로 들어왔다.

발단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포스코와 GS의 공동 컨소시엄에서 GS가 빠지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GS가 인수가격 협상 결렬을 이유로 입찰신청서를 내는 마당에서야 산업은행과 포스코에 인수의사 취소를 밝혔고 포스코는 곧바로 단독 참여를 선언한다. 이에 대해 경쟁 컨소시엄에서는 자격 논란을 제기하며 태클을 건다. 산업은행은 다른 입찰참여자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의 단독 입찰 승인을 두고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포스코의 탈락으로 결론났다.

대우조선 매각은 참으로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실상은 그 이전부터 전 과정이 다 시끄러웠다. 이지스함을 생산하는 대우조선이 외국자본에 팔려나갈까 우려하는 소리들이 인터넷을 한동안 달궜다. 그런 소리들을 의식했는지 포스코는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기업만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그후 GS와 공동 컨소시엄으로 기울었다가 깨짐으로써 입찰 탈락으로 끝나긴 했지만.

노조는 막판까지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넘어가는 걸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다. 동종업종이라서 지분을 갖게 되면 기밀유지도 안되니 기술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오너의 도덕성도 문제 삼는다. 노조의 노력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반대 받던 업체 중 두산은 일찌감치 발을 뺐다.

물론 산업은행은 노조의 그런 소리쯤은 싹 무시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매각주체는 산업은행이라는 것이다. 답은 맞지만 자본과 함께 기술과 인력이 한꺼번에 이전되는 매각 문제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달라서 무조건 내 꺼 내가 판다고 배짱만 부릴 일은 아니지 싶다.

어쨌든 세계적인 조선강국 대한민국을 띄워 올린 양대 조선업체 중 하나로 세계 3위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의 매각은 IMF 사태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될 때부터 언젠가는 그리 될 것으로 예정된 일이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부실채권을 떠안으면서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우조선의 지분 31.3%를 보유하게 됐으니 이제 흑자를 내기 시작한 대우조선은 어디로 팔려도 팔릴 운명인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멀쩡한 공기업도 일부러 골병 들여 매각하려 한다는, 듣는 입장에선 참으로 펄쩍 뛰고 싶은 소문마저 나돌 만큼 현 정부의 공기업 매각 의지는 확고하다. 그런 연유로 이번 관심대상으로 떠오른 대우조선의 최대주주 산업은행 자체가 진즉에 민영화 대상에 올라있는 처지다.

대우조선처럼 국내에 경쟁업체도 있고 경쟁력도 새롭게 갖춘 기업의 정부 보유 지분 매각은 마땅하다. 그걸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있어도 소리가 미약하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항상 ‘때’의 중요성을 간과해서 사단이 나곤 하는데 지금은 더욱 공기업 민영화 일정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금융시장이 며칠 새 위기를 넘기고 안정되나 싶다가는 주가가 다시 하루 10% 가까이 곤두박질치는 격랑 속을 헤쳐 가고 있다. 환율이 하루 133원 이상 오르기도 하는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들을 파는 게 그리 급한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환율이 저리 치솟고 있으니 해외자본들로서는 국내 기업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흑자 기업을 거저주워 먹는 셈이겠지만 손을 흔들어 거절하고 있다. GS의 컨소시엄 탈퇴 배경에 해외자본의 컨소시엄 불참 사유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 세계적 실물 위기의 우려가 커지고 갈수록 대공황 때와 닮아가는 지금 급매물로 처리하려는 속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뒤숭숭한 처지의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탈락시키면서 발생할 대우조선 매각의 또 다른 실익을 누구에게 바칠 지에도 새로이 관심이 간다. 부디 정치 게임이 개입돼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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