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은행산업, 원인은 '쏠림현상'
취약한 은행산업, 원인은 '쏠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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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익원 보이면 '불나방' 행태 반복
유동성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마저 위협
"M&A 통해 과당경쟁 해소" 목소리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전세계적인 공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유력 외신들은 한국 금융시장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금융위기에 취약한 구조라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으며,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해외발이라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권은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취약한 국내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원인이 '쏠림현상'에 있다고 보고, 과당경쟁을 자제할 수 있는 금융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계->중기대출 '풍선효과'
국내 은행들의 쏠림현상은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2003년말 191조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말에는 292조원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원화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7%에서 50%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로 일제히 눈을 돌렸다.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로 몰리면서 중기대출 잔액 역시 큰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5년 12조5000억원 증가한 은행권의 중기대출 잔액은 2006년 45조9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사상 최대치인 68조2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올 하반기에는 금융불안 여파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상반기에만 무려 34조원 증가하며 6월말 은행권 중기 대출 잔액은 389조원에 달했다.

이처럼 은행 대출잔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예대율(예금대비 대출 비율)도 2004년 99.9%에서 올해 6월말 현재 126.5%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예대율에 양도성예금증서(CD)을 포함할 경우 은행 예대율이 105%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지점망을 통해 이뤄지는 CD는 저축성예금이나 정기예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은행의 예수 기반의 다양화를 고려할 때 앞으로 이를 고려한 예대율 산정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D의 경우 은행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고원가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라는 또다른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6월말 현재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0.9%로 2004년(1.27%)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조달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M&A 통해 경쟁완화 유도"
지난 15일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신한카드 등 7개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을 '부정적(negative)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S&P는 "한국의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자금의 재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화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은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무디스도 한국 시중은행 4개사의 재무건전성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이처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유독 국내 은행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향후 현실화될 수 있는 잠재위험을 염두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확대했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급격히 증가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만약 글로벌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침체->가계·중기대출 상환위험 증가->은행 자산건전성 훼손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영위할 수 있는 구도로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상당수 부실은행들이 사라지면서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상당폭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대외위험을 감당할 수준의 규모는 못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잠재위험 요인이 한결같이 동일하다는 점은 은행간 과당경쟁에 기인한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국내 은행들로선 최근과 같은 금융불안기가 오히려 국제 무대에 설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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