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행 소유 가능해진다
대기업, 은행 소유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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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은행지분 소유 한도 4%→10% 확대
야당·시민단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어"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확대하고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은행 지분 소유 기준역시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같은 규제완화가 금융위기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 소유규제 대폭 완화 
13일 금융위원회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14일 입법 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1월말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외 산업자본이 시중은행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10%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를 초과해 소유하면서 최대주주이거나 경영에 참여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은행 임원 선임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PEF) 관련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는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출자 비율이 10%를 초과하거나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 비율이 30%를 초과한 사모펀드(PEF)는 산업자본으로 간주하는데 이것이 각각 30% 이상, 50% 이상으로 완화된다.
 
국민연금 등 62개 공적 연기금의 경우 임대형 또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등 공공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산업자본으로 판단하는 기준에서 제외된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은 금융감독원의 검사권 행사와 이해상충 방지 장치의 구비를 전제로 승인받아 은행을 제한 없이 인수할 수 있다.

또한 외국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이 아닌 경우 해외에 갖고 있는 제조업체의 자산은 산업자본 판단 기준에서 제외된다. 국내 은행을 소유하는 길을 넓어지게 되는 것. 국내 은행 역시 구조조정기업의 출자 전환 등으로 갖게 된 제조업체의 자산은 산업자본 판단 기준에서 빠지게 된다.

보험지주회사와 금융투자(증권)지주회사는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다만 증권지주회사의 경우 금융 자회사에 제조업 손자회사가 허용되지만 보험지주회사의 보험 자회사는 제조업 손자회사로 거느리지 못한다.
 
■정부 "금산분리 완화로 금융 선진화"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은행 소유규제 완화가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금융위기에 대응한 제도적인 보완으로 이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때 금산분리 완화 추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에 대해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면서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금융위기에 처한 미국도 지난 달 22일 은행 소유 규제를 완화했다"며 "이번 정책은 오히려 금융위기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편은 기본적으로 현재 순환출자나 교환출자형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재벌의 지배구조를 보다 명확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지주회사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금융지주회사 제도합리화 방안은 금융위기 상황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제도가 정착되면 금융위기 가능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기업 은행 소유에 대한 논란 가중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은행 소유가 가능해지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에서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소유 규제를 없애면 금융산업의 중추인 은행이 대기업에 좌우돼 자금 흐름이 왜곡되거나 부실화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정책으로 금융기관이 재벌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수 있고 경제주체 간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가 제도 변화를 추진해 혼란스럽다"며 "은행은 대체로 지분이 분산돼 있는데 산업자본이 10%까지 보유해 사실상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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