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를 넘어 비치는 '대공황'의 그림자
'IMF'를 넘어 비치는 '대공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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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주필©서울파이낸스
“지나친 위기의식이 더 큰 위기 만든다”
현 정부의 개인교수를 자처하는 한 메이저 언론의 지난 8일자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을 보자면 아마도 달러를 쌓아두기에 급급한 부자들과 대기업들을 달래고자 하는 말인가 싶기는 하다. 그러나 IMF 시절에도 달러를 풀지 않던 그 세력이 이미 준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보며 그런 기사에 움직이길 기대하고 그런 기사를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달러 사재기는 안된다”
8일 이명박 대통령이 환투기 세력을 향해 발했다는 경고다. 환투기 세력이 국내 아닌 국외 세력일 때 그 경고가 먹힐 수 있을까 싶다. 국내 특정 대기업을 겨냥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혹시라도 정신없는 이 상황마저 정치적 보복의 기회로 여기는 것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환투기 방지는 긴요하지만 대통령이 말할 대목은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에게 닥치는 위기는 한번 경험해본 외환위기 정도가 아니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30년대의 대공황 상황이 될지도 모르는 지경인 것이다.
물론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원활한 공조체제를 갖춰나가는 듯 보이기는 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것으로만 보자면 ‘설마 30년대 같은 상황이야 오겠어?’라고 믿어도 좋을 성싶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전체가 좋으니 반드시 내게도 좋다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은 금융위기의 가장 외곽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그처럼 편한 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태풍의 핵에 자리한 것도 아니다. 멀쩡히 서있다 휘말려 올라가지 딱 좋은 자리, 핵을 비켜선 태풍권의 중심에 선 형국이다.
지금의 상황은 30년대 대공황 당시와는 여러 여건이 다르다고들 말한다.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은 과잉생산으로부터 시작됐으니 실물 위기가 오기 전에 금융위기로부터 시작한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겠다. 그러나 결국 30년대 초반 소련권을 제외한 자본주의권 전체가 마구 뒤흔들렸던 대공황의 핵심도 여전히 금융의 혼란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불러온 실물 부문의 거품에서 시작된 현재의 금융위기가 실물위기 없이 왔다고 장담하는 것도 난센스다. 현재의 실물경제 상황이 좋은 상태도 물론 아니다. 최대 소비국 미국의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탕진될 상황이면 순서가 어떻든 실물 부문의 위기 역시 뚜렷해 보인다.
그게 다는 아니다. 현재 전 세계의 대표적인 과잉생산물은 일반 소비자들의 생필품이 아니라 온 인류를 몇 번씩 멸절시킬 수 있는 무기류를 비롯한 군수생산품들이다. 그 소비가 적절하지 못함으로써 오는 경제적 위기는 철저히 은폐돼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쿠바혁명을 부른 요인은 당시 농업 국가였던 쿠바의 플랜트 농업 실패이라고 볼 수 있다. 대규모 플랜트 농업을 주도한 자본들이 돈 되는 사탕수수 한 종목에 올인 한 결과 전 세계 사탕수수 가격 폭락을 초래했고 그것만으로도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농업에 의존하던 국가에 위기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이번엔 유럽금융의 허브로 부상했던 아이슬란드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러시아에 SOS를 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다고 30년대 대공황 시절의 소련처럼 현재의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러시아도 제 코가 석자인 상태에서 아이슬란드를 지원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역시 실물 자원이 빈약한 국가경제가 금융 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고 한다.
이런 위기가 곧바로 추락으로 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국민들을 이 경제시스템의 주인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돕는 정부와 언론이 전제된다면 하기 좋은 말로 ‘위기가 곧 기회’일 수도 있다.  

[홍승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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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08-10-11 00:00:00
아일랜드가 아니고 아이슬란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