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보험약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해당 약관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약관을 제대로 읽어본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 박민규 기자 © 서울파이낸스
분량이 많기도 하거니와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 일반인이 쉬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난해한 법률 문체를 접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들이나 보험사 직원들조차 약관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보장 범위 등 실질적인 계약 내용이 약관에 담긴 만큼 보험에 가입하는 데 있어 약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약관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동떨어진 존재인 것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보험사들은 약관을 쉽게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보험약관은 여전히 어렵다.
이같은 상황은 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그들 역시 약관을 쉽게 개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전미보험감독관협의회(NAIC) 주도 하에 보험약관 용어간소화를 위해 특별전담반을 설치, 통일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를 도입해 소정의 평점을 확보토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보험약관이 ‘짧은 단어를 사용하고 짧은 문장으로 쓴다’는 기본 방침에 부합토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평가 충족을 상품인가 요건으로 삼아 단순히 형식적인 평가가 되지 않도록 했다. 다만 NAIC는 의학용어나 법률·규칙 등에서 요구되는 문언은 이해도 평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더불어 보험감독관이 해당 평가를 대체하는 평가방식을 원용할 수 있도록 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뉴욕주에서는 우리나라의 보험약관에 해당하는 사항이 보험법상 상세히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보험 상품이 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약관이 법률의 규정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보험사들이 나서 보험약관을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방대한 약관 내용에서 계약과 관련 없는 특약은 배제해, 계약자가 가입하지 않은 특약까지 기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오해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보험약관 개정을 위해 계약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소비자의견 수렴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전문용어를 평이한 말로 바꾸고 문자의 크기를 10% 가량 확대했다. 예를 들어 ‘책임개시’는 ‘보장의 시작’으로, ‘지급사유’는 ‘급부금을 지급할 경우’ 등으로 변경한 것이다.
특히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중복된 특약을 일원화하거나 판매실적이 미미한 특약을 폐지해 고객의 혼란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보험금 부당 미지급 발생 방지를 위해 상품·업무프로세스의 근본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에 비해 약관 간소화 관련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당국의 지침에 따라 협회 차원에서 보험약관 용어정리 등이 실행된 바 있지만 보험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미비해 보인다. 이에 미국처럼 약관 이해도 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 손보업계처럼 보험금 부당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럴 경우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함으로써 자연히 민원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 역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