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닮은 꼴, 현대차 노조
GM의 닮은 꼴, 현대차 노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지난 16일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제너럴모터스)이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100년 전인 1908년 9월 16일 윌리엄 듀런드가 설립한 GM은 한때 미국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던 업체다. 1962년에는 GM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51%에 달하면서 독과점 논란이 일자 회사를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 이상균 기자 © 서울파이낸스


하지만 지금 GM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다. GM은 2분기 155억달러의 손실을 포함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 57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장기부채만 32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7월에는 86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다. 주가 역시 작년 10월 43달러에서 최근 1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GM뿐만이 아니다. GM과 함께 미국 자동차업체 ‘빅3’인 포드·크라이슬러는 16일 미국 정부에 25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공식 요구했다. 극심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정부에 도움을 손길을 요청한 것이다.

GM 홀로 50%를 넘기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이제 ‘빅3’를 다 합쳐도 40%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빼앗긴 시장은 일본의 또 다른 ‘빅3’인 도요타·혼다·닛산에 내준 지 오래다.

미국인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자동차 산업이 이토록 몰락한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시대적 흐름에서 뒤떨어졌음을 지적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조금이라도 효율적인 연비의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은 외면한 채, 트럭과 미니밴 같은 ‘기름먹는 하마’에만 매달렸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단골메뉴로 지적되는 것이 노사분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저유가 바람을 타고 호황을 누려왔던 미국 ‘빅3’는 만성적인 노사분규에 시달려야 했다. 생산차질은 안중에도 없이 노조는 임금인상과 조업시간 단축에만 열을 올렸고, 사측은 땜질식 처방에 매달려 노조 측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했다. 그 결과 생산성과 제품 품질이 떨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에 이르렀다.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임금 5.61% 인상안은 노조원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국내 경기의 불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파업으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겪을 경제적 타격과 불이익은 전혀 관심 밖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현대차 노조가 민투위·민노회·민혁투·민주현장 등 7개 조직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 이 조직들은 주도권 다툼을 놓고 정치판을 연상케 하는 암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임금협상이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서 부결된 것은 이들 조직 간 세력다툼의 탓이 컸다.

현대차 사측이 지금 노조 측에 쩔쩔매면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좋은 실적에 바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국제 경제에서 현대차가 GM과 같은 위기에 봉착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절대 없다. 지금처럼 자기 이익에 혈안이 된 노조가 정작 현대차가 그런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파업이 잦았던 미국 ‘빅3’의 노조는 이제 파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당장 회사가 망해 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파업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라고 해서 그런 날이 영원히 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