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 박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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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희 주필 © 서울파이낸스
“산업은행이 인수했다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지 않았을 것.” 지난 금요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이 말을 했다고 해서 경악하는 이들이 많다. 소위 MB노믹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라인의 한사람인 그의 정치 감각은 고사하고 무딜 대로 무딘 현실감각에 많은 이들이 혀를 찼다.

결국 파산한 리먼브라더스가 그 며칠 전 부도 위기에 몰린 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었다. 산업은행 인수가 무산된 직후였다. 산업은행이 인수를 추진하며 군인연금기금까지 끌어들이던 그 때 이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눈앞의 일이었던 것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낸 이후부터 자금력도 달리는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리먼 인수를 추진하도록 한 민유성 산업은행장에 대한 문책론이 대두됐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산업은행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정도다.

그런데 이 칼럼 모두에서 전한 것과 같은 발언을 그 민유성 행장이 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싶은데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같은 날 아침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리먼 인수 추진은 산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것이라며 민유성 행장을 변호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막판 제동을 걸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논의한 적도 없고 제동을 건 적도 없다”고 말함으로써 사건 배경그림으로 청와대를 그려 넣을 충분한 빌미를 줬다.

비록 MB노믹스의 핵심 인사라 해도 처리하기에 따라서는 민유성 행장 한사람의 책임론으로 묻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박병원 수석이 그렇게 변호하고 나섬으로써 일이 커지게 생겼다. 청와대의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여론을 잠재울 수 있겠다고 여긴 것인지, 그 말을 한 진의는 알 수 없으나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산업은행 단독으로 결정하고 추진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증명해준 발언이었음이 분명하다.

실상 민유성 행장이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장에서 산업은행장으로 전격 기용된 만큼 이명박 정부의 당초 구상이 거기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금융기관들과의 컨소시엄이 어렵다고 어떻게 군인연금을 끌어들일 위험한 발상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권 입장에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니 민유성 행장 개인의 친밀감에 의한 실책으로 몰아붙여 희생양을 삼고 손 털어도 모양이 그다지 빠지지는 않을 일이었다. 과거 여러 정권들이 그래왔듯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를 하고 빠질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병원 수석이 여론에 몰리고 있는 민유성 행장을 감싸 안고 나섰다. 이제 청와대가 책임론에서 빠져나가기 점점 어렵게 국면이 돌아가는 성싶다. 단순히 의리 있는(?) 집권세력의 자기사람 챙기기 정도로 봐주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너무 크다.

오죽하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민유성 행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겠는가. 정치적 위험부담에 예민한 당 차원의 감각을 무시하고 청와대의 힘과 의지를 과신하는 배경에는 아마도 MB노믹스의 한 축인 금융선진화 방안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물경제 부문에 대한 경험과 식견은 어떠하든 금융부문에 대해서는 독단적 판단을 맡겨둘 사정이 아닌 성싶다는 점이다. 작금의 요동치는 국내 금융시장을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은 한마디로 ‘심리적 요인’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으로 요약되는 듯하다.

대통령의 그런 인식은 단지 혼자만의 판단에서 나온 것인지, 보좌하는 그룹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기에는 흡사 실물부문과 별개로 크게 요동치는 금융시장 동향을 단지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으로만 이해하고 그 위에서 금융선진화의 추진의지만 강력한 대통령과 그 뜻을 견제 없이 실행시키는 데만 관심을 둔 보좌·실무라인으로 똘똘 뭉쳐있는 그림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만든 메이저언론들도 이구동성이니 앞으로 5년, 경제의 앞날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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