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경기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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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들어선 후 6개월여 동안에 정부의 경제 전망은 극과 극을 오갔다. 그것도 참으로 묘하게 꼭 정치상황과 맞물리는 듯하다.

지난 6월 광우병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던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여당에서도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라며 1997년 IMF 때의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그런 정부가 환율방어를 한다고 IMF 이후 애지중지 키워온 외환보유고를 헐어 삽시간에 1000억 불을 풀고도 자체적인 환율방어는 못했다. IMF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정치 접고 경제나 생각하라던 정부·여당이 그 외환위기의 악몽을 가중시키려 작심이라도 한 듯 보유 달러를 뭉텅 덜어내 던져버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산업은행이 연기금이든 다른 금융지주회사든 끌어안고 리먼브라더스 주식 25%를 매입하도록 두서없이 서두르더니 이유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카드를 던져버렸다. 그나마 경제정책을 건설현장에서처럼 불도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론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면 다행이다.

당장 위기가 닥친 양 소란스럽던 정부·여당 쪽에선 막상 금융 위험이 감지되면서부터 갑자기 자신감에 넘치는 경기전망을 내놓고 희망을 가지라 한다. 이제는 마치 국내외 모든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듯하다. 심리의 위기가 방치되면 실물의 위기로 넘어간다는 논리와 함께 긴급 짜깁기의 의혹은 있지만 갑자기 희망 넘치는 청사진들이 쏟아진다.

그런가 하면 외환시장 안정성이 잠시 떨어진 것은 한꺼번에 채권만기상환일이 닥쳐서일 뿐이라고 관심을 일제히 채권시장으로 돌린다. 그리고는 만기 상환된 채권대금이 다시 채권매수로 돌아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자금이 빠지는 현상을 애써 외면한다. 채권이야 당장 대한민국 정부 문 닫는 상황만 아니면 웬만한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투자할 만한 고금리의 매력있는 상품이니 그러할 터이나 주식시장은 그런 정부의 묘약에도 반응을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모두의 정신이 경제에 팔려있는 상황에서 정치·사회적으로는 반대세력들을 다각도로 압박하며 70·80년대 공안정국을 경험해온 세대들에게 악몽처럼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
정치보복이 아니라지만 한편으로 확 쏠려있는 수사 대상 선정이며 미리 찍어두고 쳐들어가는 식의 압수수색 등은 포장한다고 가려질 내용이 아닌 성싶다. 경제상황이 참으로 유용하게도 이명박 정부의 정치 일정들을 도와주고 있다. 과연 절로 그리 되는 것인지 궁금하게.

대통령은 내년 말쯤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다리라 장담한다. 기초체력도 없는 가계나 영세기업들에겐 그 1년 넘는 시간이 견뎌내기 불가능해 보이는 아득한 시간거리이겠으나 어지간히 어려운 형편이라면 기다리라는 데 못 기다릴 정도는 아닐 게다. 허리띠 더 졸라매면서라도 그만 기간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기간이면 갑자기 급한 사정 닥친 서민들은 값 떨어진 주택 서둘러 헐값에라도 팔아야 하고 가진 것 닥치는 대로 처분해야 할 테니 절로 돈 놓고 돈 버는 시절이 올 터이다.
 
IMF 직후의 그 고통 속에서도 현금 갖고 있던 이들은 그렇게 또 큰돈을 벌었으니까.

이제 서민들도 정부의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보지 말고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목적지를 제대로 보고 내가 살 곳인지 죽을 곳인지를 제대로 가려보는 안목을 스스로 기르지 않으면 당장의 궁핍을 벗자 하다 더 깊은 삶의 질곡으로 빠져들 위험이 커진다. 이런 일은 비단 현재의 정부가 부자들의 정권이라는 의심 때문만도 아니다. 성장의 궤도에 한번 올라탄 사회가 속도를 스스로 감속하기란 지난한 만큼 그 사회는 계속 성장의 욕망에 사로잡혀 내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정부에는 그 열망이 더 크고 깊은 이념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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