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컨소시엄…열쇠는 '가격'
'리먼' 컨소시엄…열쇠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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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협상가 "지나치다" 한 목소리
가격따라 민간금융사 참여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미국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리먼 인수를 반대하는 쪽은 리먼 인수 이후 '동반부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찬성하는 측은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리먼 인수 가능성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의 재무적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리먼의 지분 25%를 약 60억달러 수준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외신들은 이같은 가격이 '지나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CNN머니는 "리먼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116억달러인 점을 감안할 경우 이는 시가의 두배 이상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포춘 역시 "이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며, 리먼의 주가하락세로 인수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리먼은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현재까지 약 70억달러의 자산을 상각했다. 월가에서는 오는 3분기에도 35억달러 이상의 추가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리먼은 이달말로 예고된 실적발표 이전에 산은과의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다른 금융사들을 협상 대상자로 언급하는 등, 몸값을 올리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IB 전문가는 "리먼의 경우 향후 추가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시장가치에 글로벌 IB로서의 '이름값'에 대한 약간의 프리미엄만 얹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9월말 실적발표를 통해 리먼의 추가상각 계획이 나올 경우 리먼의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협상진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전문가는 만약 이같은 조건에 성사될 경우 25%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40~50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금융사별 출자액도 크게 줄어들게 돼 컨소시엄 구성이 급물살을 타게 될 수 있다. 또 '국내외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굳이 리먼 인수에 수십억달러를 쏟을 필요가 있느냐'라는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컨소시엄 참여가능성을 일축했던 국내 민간은행들 역시 협상 결과에 따라 기존 입장을 뒤바꿀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일 약 8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군인공제회에 이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컨소시엄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매매계약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경우 산은이 민영화를 앞둔 공적기관이라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협상결과가 '기대이상'일 경우 사실상 반대할 명분이 없게 된다. 금융위 역시 민간 금융회사로서 산은의 지향점이 글로벌 IB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컨소시엄 참여를 마다할 곳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은 산은이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첫 시험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먼은 경영 회생책의 하나로 '배드뱅크' 설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 및 채권을 전문적으로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으로, 부실자산을 넘긴 금융기관은 우량한 채권과 자산만 남게돼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배드뱅크 설립이 구체화될 경우 산은과 리먼의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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