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실경영' 이구동성…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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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가시화'…가계·기업 자금난 우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올 상반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은행들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내실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잇딴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출자산을 꾸준히 늘려왔던 은행들이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은행들의 뒤늦은 내실경영이 되레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화두
사실 '내실경영'은 은행권에서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화두'이다. 지난해 7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국내 은행들은 "국내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며 너도나도 '내실경영'을 외쳤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출증가세는 계속됐고,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여의치 않자 중소기업대출 확대로 영업방향을 선회했다.
은행권의 자금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진 이같은 외형경쟁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갉아먹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에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6월말 현재 총자산은 258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 가량 늘었으며, 신한은행도 지난해 대비 10% 늘어난 232조3000억원의 자산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7.8% 늘어난 236조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무려 14.3% 자산을 늘리며 14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들은 자산증가 이상으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훼손을 경험했다.
올 6월말 기준 은행들 가운데 우량은행의 조건인 '총자산순이익률(ROA) 1%,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순이자마진(NIM) 3% 이상'을 충족시킨 은행은 단 한곳도 없었다.
연체율 또한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해 최소 6.7%에서 최대 25.3%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생각보다 낮은 것은 자산증대에 따른 효과가 크다"며 "국민은행의 경우 낮은 연체율과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각에도 불구하고 연체액이 1조원이 넘는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8월 대출 증가세 '둔화'   
이 때문에 은행들은 '덩치경쟁은 제살깎기'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올 하반기부터 돈줄 죄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은행들은 최근 본점과 지점 간 거래시 적용하는 내부금리를 인상했다. 내부금리 인상은 영업점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은행들은 경기민감 업종인 경우 대출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하는 한편, 만기대출을 연장할 경우에도 추가금리를 물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줄이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은 줄이고 수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수정하자 지난달부터 대출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1일 현재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총자산은 677조2598억원으로 지난달 대비 7조3111억원 늘었다.
반면 이들 은행들의 원화대출은 636조8901억원으로 1.2%(7조7137억원) 느는 데 그쳤다. 전월 증가분 8조1985억원 대비 감소한 규모다.
이에 대해 '내실경영'을 수치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대출을 줄이는 것은 '비올 때 우산을 뺏는 격'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작정 대출을 줄이는 것보다 시장이 성장한 만큼 여신을 늘리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금융불안이 지속되는 동안은 은행들에게 유동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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