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님비'가 금융불안 키웠다
금융당국 '님비'가 금융불안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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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적될 사안 "우리가"…민감한 사안엔 '뒷짐'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 '불협 화음' 계속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9월 위기설'을 놓고 금융당국이 시장과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 외환딜러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불법 매매 행위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것. 위기설의 진앙지를 찾겠다는 이같은 방침에 대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금융당국이 무능함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기설 책임은 시장(?)
금감원의 이같은 방침이 나오자, 시장은 그간 위기설을 일축해온 금융당국이 결국 시장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9월 위기설'을 통해 확인된 것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가 대외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것 외에 '금융당국의 무능함"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 간 손발이 안맞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점은 시인하지 않고 '시장이 문제'라는 식의 발상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책임져야할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마저 헷갈리게 하는 것 아닌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채권시장에서 위기설이 처음 언급된 이후 외환·증권시장으로 위기설이 확산되는 동안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9월초,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위기설 진화에 나섰지만 당국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들이 참석해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가진 후 '쏠림현상'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금융불안이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금융시장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 역시 이달 3일이 되서야 악성루머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발표했으며, 급기야 4일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불러모으기에 이르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당국 간 손발이 안 맞는 것도 문제지만 인식의 차가 큰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책임소재 '불분명'
이 때문에 9월 위기설의 본질적인 원인이 금융당국 간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치적이 될 만한 정책은 '우리가', 곤혹스러운 사안은 '너희가' 하는 식의 '님비현상'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간 '기(氣) 싸움'은 수차례 반복돼 왔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과 관련해 상대방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며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우리금융과 기업·산업은행을 묶어 파는 '메가뱅크안'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찬성의 입장을, 금융위는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 등 혼란이 심화되자,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습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금융위는 '메가뱅크는 금융위 소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선임 부처로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은 기획재정부'라고 맞서기도 했다.
공기업 민영화 방안의 경우 새 정부의 핵심사안인 만큼 향후 치적으로 남을 수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과 금리 인상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으며,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키코(KIKO)' 관련 사안을 두고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금융위가 금융공기업 민영화뿐 아니라 인사·현장감독까지 치적이 될 만한 사안은 다 챙기면서 KIKO와 같은 곤혹스러운 사안만 금감원에 떠넘긴다는 것.
특히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증권사 공매도 건 역시 금감원이 맡아야 할 사안 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나섰다는 게 금감원 측의 주장이다. 이처럼 금융당국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이원화 구조를 보였던 금융당국이 새 정부 들어 삼각구도로 나눠졌다"며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소재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9월 위기설과 같은 금융불안은 또다시 반복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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