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이사장의 외로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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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 정치권과 시장으로부터 일방적인 뭇매를 맞고 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임기 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40%로 늘리겠다는 그의 기금 운용방향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이 공격적 운용을 단행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성취욕을 과시하기 위한 연금의 사유화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 박선현 기자 © 서울파이낸스
연금제도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란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고 취임한 지 석달도 안 된 시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사퇴'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오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너무 욕만 해대니 외롭다'는 그의 말도 일면 수긍이 간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면 박 이사장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기금의 80% 가까운 자금을 국내외 채권에 쏟아 부으며 안정성만을 고집해 왔다. 이에 지난 3년 평균 수익률은 6%대에 머물러 있고, 오는 2060년에는 연금이 바닥 날 위기에 까지 직면해 있다. 정부는 급여인하가 이뤄진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자금 확보 어려움을 느끼며 이를 해결코자 2013년부터 보험료의 단계적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현재의 연금 운용에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걸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이사장을 국민연금의 수장 자리에 앉힌 것도 이 '수익성' 확보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 역시 임기 중 시장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을 때만 하더라도 언론과 정재계는 국민연금의 보다 능동적인 운용을 촉구하기도 했던 터이다.

박 이사장은 과거 서울보증보험·LG카드 등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박 이사장은 과거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에 취임하자마자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 6년 만에 서울보증이 자산관리공사에서 지원받은 공적자금 1조6661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LG카드 또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게 했으며,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도 6%에서 10%까지 끌어올린 전력도 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불도저' 같은 그의 공격적 운영에 시장의 비난은 쏟아졌다. 그러나 결론만 놓고 보자면 그는 성공한 CEO였고, 노조들에게 까지도 인정받는 수장이었다.

국민연금의 운용의 수익률 제고 방안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라는 것에 의견을 달리할 사람은 없다. 물론, 서민들의 마지막 사회적 안전판인 국민연금이 단순히 수익률 제고만을 목표로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부친다면 질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박 이사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리스크 관리능력을 꾸준히 배양하고 있다 것을 새겨듣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 투자라는 것 자체가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동전의 양면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작정 비난하기에 앞서 국민연금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떻게 기금을 운영하는지 지켜봐주는 인내심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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