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돈 들여 불편한 차로 만들어야하나"···아파트 출입 고충 호소
택배기사 "돈 들여 불편한 차로 만들어야하나"···아파트 출입 고충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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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하이탑차 평균 높이 2.7m로 지하주차장 2.5m보다 높아 출입 제한
저상탑차 주문하거나 차량 개조···"일부 아파트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
기존 하이탑차(오른쪽)와 비교한 저상탑차. 저상탑차 내에서 배송기사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 (사진=전국택배노조)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출입을 제한하는 몇 아파트 때문에 자기 돈 150만원을 더 들여 불편한 차량으로 만들어야 되나요?"

아파트의 지상 출입제한 조치로 택배 배송에 어려움을 겪게 된 배송기사가 전한 말이다.

단지 내 차량 통행금지 조치로 택배 기사와 주민들 간 갈등이 심해지자 택배 기사들이 적절한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1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공원형 아파트 배송 시 차량의 지상 이동을 제한해 택배 운송에 어려움이 있다. 공원형 아파트는 차 없는 아파트로도 불리며, 지상을 공원처럼 조성해 차들이 모두 지하주차장으로 통행해야 된다. 그러나 배송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톤 탑차의 높이는 평균 2.7m으로 평균 지하주차장 입구 2.5m 높이 보다 높아 출입에 제한이 있다.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처음 차량 주문 시부터 높이가 낮은 차량으로 주문하거나 150~200만원을 들여 차량을 깎는 작업이 필요하다. 택배 기사들은 배송을 위해서는 차량이 필요한데 우체국을 제외하고는 평균 2000만원을 들여 본인 부담으로 구매한다. 이에 저상탑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2000만원을 들여 새로 주문하거나 개조 비용 150~200만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저상탑차를 이용하게 되면 적제 공간도 줄어들고 배송 기사들의 불편함도 커진다. 배송기사들이 물건을 싣거나 꺼낼 때 탑차 안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기존 차량에서는 안에서 서 있을 수 있지만, 저상탑차 안에서는 무릎을 꿇고 일해야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저상탑차를 이용하는 기사들은 주로 신규 배송 기사들로, 탑차 주문 시부터 저상으로 주문한다. 그러나 기존 택배업자들은 다른 회사나 구역을 옮길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변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한 현직 배송기사는 "제한된 몇 아파트 때문에 저상탑차 이용이 강요되는데 금전적·신체적 부담이 전적으로 배송 기사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다"며 "심지어 전자제품 기사, 쓰레기차 기사들은 지상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왜 택배기사들은 이용할 수 없으며 아이들이 학교가는 시간대만이라도 저속으로 배송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저상탑차는 수화물 운반시 무릎과 허리를 굽혀야 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며 "아파트의 제한 조치로 기사들이 차량 교체, 수리비, 추가 노동 등 모든 부담을 지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1년 저상차량 유해요인 조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저상차량을 이용한 배송은 하이탑보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노출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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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 2023-12-14 16:07:57
택배 천국인 나라에서
아직도 아파트 갑질이라니
택배 기사님들 힘내세요

정연재 2023-12-14 15:52:42
같은 집배점 배송기사입니다.
나이 27살에 저상탑차로 인하여 허리에 파스3개 붙이고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