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균 기자 © 서울파이낸스 |
최근 코스콤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정치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제외해도,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촉발된 납품비리에 얽혀 전직 노조위원장 2명을 포함해 3명이 구속되는 등 ‘내홍’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제7대 노조위원장인 김 모(46) 씨는 1년이라는 짧은 재임기간 동안 코스콤 납품업체 4곳으로부터 리베이트로 무려 5억3700만원을 받았다. 또 노조의 투쟁기금을 본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해, 술값 등으로 5000만원을 탕진했다. 이들은 수백일째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들이다.
코스콤 정규직 노조는 한창 투쟁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놓고 거래소 노조와 주도권 다툼이 진행중이며, 공석인 코스콤 사장에 거래소 출신 인사의 임명을 막고 있다. 한편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직 노조위원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금, 코스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노조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투쟁기금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제품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납품비리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구태다. 더욱이 코스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을 앞두고 사장실을 점거, 교섭 자체를 무산시켜 민주노총에서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4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 정규직원이 말이다.
노조의 특성상 자사의 이익에 위배되는 사안에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문제다. 내부 비리에는 눈을 감은 채, 외부에서 자사 이익 보전에만 혈안이 돼있다면 주장이 먹힐 리가 만무하다.
자신이 하는 주장을 남들이 안 받아들여 준다고 빡빡 우기는 것은 초등학생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다. 적어도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고집이 아닌, 어느 정도의 희생과 포기가 필요하다. 코스콤 정규직 노조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내부 단속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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