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企銀 민영화 지연…藥될까 毒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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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産銀 매각 이후로 연기
독자생존 '발판'…주가 '부정적'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미뤄지면서 산업은행을 제외한 정부 소유의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등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연기 방침으로 이들 은행은 독자생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추가로 벌게 됐다. 기업은행은 민영화 이전에 지주사 전환을 통해 독자생존 가능성에 '쐐기'를 박을 예정이며, 우리금융은 국내 최대 금융사로의 위상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통해 '매물'이 아닌 인수주체로 평가받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시장 '실망'
당초 금융위원회의 계획대로라면 이들 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지분 매각작업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시장의 매각 시나리오 자체를 전면 부정해 왔다. 
지난 6월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한 이팔성 회장의 경우 '국내 최대 금융사'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매물이 아닌 인수주체로 나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또, 윤용로 기업은행장 역시 중소기업 전문 은행으로서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독자생존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취약한 수신기반 확대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사실상 시장은 이들 은행들을 향후 '금융빅뱅'의 '촉매제'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연기 방침은 '금융빅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희석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따라 향후 '금융빅뱅'을 앞두고 M&A 시장에서의 대응책을 강구해 왔다"며 "정부의 민영화 연기 방침으로 금융시장 재편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발표가 나오면서 이들 은행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금융위의 민영화 연기 발표 다음날인 29일 우리금융의 주가는 6.53% 급락했으며, 기업은행 역시 1.59%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기업은행의 경우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매물로 주목받으며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은행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M&A 모멘텀이 주가상승에 영향을 미쳐온 만큼 향후 주가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 역시 이들 은행들의 목표주가를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은 정부 담당관료나 CEO가 변경될 때마다 민영화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돌출된 이슈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가는 하락했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들로 민영화를 통한 금융권 구도재편이 요원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영화 대비 '총력'
금융시장과는 반대로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단 M&A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 중복점포의 통폐합과 인적 구조조정이 자연스레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외환은행 이후의 최대 관심매물로 주목받아온 터라 민영화 지연은 내부적인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윤용로 기업은행장 역시 이를 계기로 2012년 이후로 예정된 민영화까지 독자생존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IBK투자증권의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중소기업 퇴직연금을 주로 취급하는 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할 예정이다.
또 취약한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시중은행의 영업점과는 차별화된 'IBK월드'라는 신개념 점포를 확대하는 한편, 내년 지주사 전환을 통해 독자생존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 역시 적극적인 대내외 활동을 통해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 윤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메가뱅크' 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다.
몸집이 크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기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윤 행장의 지론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민간금융회사인 국민은행과는 달리 민영화 대상인 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정부의 금융시장 재편 의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 의지는 꺾였다고 보기는 힘든 만큼 기업은행이 M&A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선 오히려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라는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경우 우리금융처럼 덩치가 오히려 민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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