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말 바꾸기'…시장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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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외환銀, 금리인하 등 입장 뒤집혀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금융위원회가 잇딴 말바꾸기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한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새 정부의 금융공기업 민영화마저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선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금융선진화'가 아니라 '신뢰회복'이라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말바꾸기 '논란'
새 정부와 함께 '금융 선진화'라는 로드맵을 가지고 야심차게 출범한 금융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금융공기업의 민영화'다.
해마다 반복돼온 금융공기업들의 방만경영 논란을 더 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게 새 정부의 단호한 의지였다.
이와 함께 민간 경제주체들의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금산분리 및 금융규제 완화 역시 금융위가 풀어야할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 참가자들 역시 이같은 금융위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출범 직후 지속돼 온 금융위의 '말 바꾸기'로 시장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 금산법 완화 등 어느 하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일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금융위의 입장이 이토록 쉽게 뒤바뀔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말바꾸기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올 초 "금융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대형화'가 필수"라는 입장을 내비쳤던 금융위는 당시 기획재정부의 '메가뱅크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하드웨어 확장만으로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없으며, 금융회사의 대형화는 민간주도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단호한 입장이었다.
대형화에 대해 '민간주도'라는 단서를 달았던 금융위가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M&A 논의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이어 최근 열린 국회 공기업특별위원회에서도 "당분간 M&A 논의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내외 금융환경이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이같은 금융위의 입장은 결국 '민영화 연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올해부터 소수지분을 팔겠다던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은 물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우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2012년까지 민영화가 예정된 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일정이 대내외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각종 정책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결국 금융개혁마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기대는 '실망'으로
금융위의 '말 바꾸기'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입장 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출범 당시 "새 정부는 지난 정부와는 달리 외환은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뜻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던 금융위는 불과 석달여 만에 '국민정서가 우선'이라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후 론스타와 HSBC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지속되자 금융위는 두달도 안돼 "바람직한 대응방안이 무엇인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HSBC의 승인심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의 이같은 입장 변화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여론 역시 수개월 동안 급격히 뒤바뀌는 양상을 보여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잇딴 말바꾸기로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금융위의 정책 방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앞서 전 위원장은 '금리인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월 전 위원장은 "혈압(물가)이 올라가더라도 출혈(경기침체)부터 막아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불가 입장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금융위 수장이 한국은행 소관인 금리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문제였지만, 이후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물가급등 여파가 부각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뒤바꿨다.
특히, 전 위원장의 금리 발언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 상승을 주도했던 기획재정부에 편승하는 듯한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바닥 뒤집듯 뒤바뀌는 금융위의 입장변화가 계속될 경우 시장의 신뢰는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금융당국의 존립 목적까지 위협받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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