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벼랑 끝에 섰다?
국민은행, 벼랑 끝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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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연기 가능성에 외환은행 인수 '실패'(?)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수성을 위한 한가닥 희망마저 놓쳐버릴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심사를 재개함에 따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지주사로 전환 이후, 외환은행 인수전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내비쳤던 국민은행으로선 또 한번의 시련을 맞은 셈이다.

국민은행에게 외환은행은 단연 최적의 인수 대상으로 금융권의 높은 관심을 받아 왔다. 우선 외환은행 인수는 자산규모에서 맹추격 중인 우리·신한은행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리딩뱅크 수성의 효과가 기대됐다. 또, 소매금융에 치중돼 있는 수익구조를 해외금융 부문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만큼 '국민+외환'은 국민은행으로선 이상적인 조합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심사를 재개하면서 이같은 기대감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HSBC의 세계적인 금융회사로서의 위상을 감안해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은행으로선 더욱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우선,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는 지주사 전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는 곧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위상 약화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금융권에는 HSBC와 론스타의 매매계약이 사실상 파기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외환은행을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국민은행이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두 은행의 주가는 동시에 상승하는 기대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최근에도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공개매수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두 은행의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만약 외환은행이 새 주인을 찾게 되면 사실상 국민은행이 인수 가능한 은행은 우리·기업·산업은행 등 정부 소유의 은행들뿐이다. 이들 은행의 경우 인수합병(M&A)시장에서 매물이 아닌 주체로 나설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데다 민영화 완료까지 길게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악재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 주가가 9월까지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격인 6만3293원에 근접하지 못할 경우 국민은행은 수조원대의 막대한 비용을 지주사 전환 비용으로 쏟아부어야 한다.
이럴 경우, 지주사 전환 이후 M&A 여력 약화로 비은행 부문의 성장도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정부의 '금융규제개혁안' 수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꼽힌다. 금융규제개혁안이 은행 비은행 부문간 시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춰졌기 때문이다. 증권·보험·캐피탈사 등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사에게는 수익확대의 기회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금융사에게는 고객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국민은행은 KB카드를 제외하고는 지주사 전환 이후에 시너지를 낼만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주사 전환 직후 M&A를 통해 자회사를 확보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여타 지주사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정·재계를 넘나드는 네트워크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황 회장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으로선 외환은행 인수마저 실패할 경우 시장의 기대감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주가급락으로 지주사 전환 일정마저 연기될 경우 심각한 후유증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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