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갖고 지금 뭐 하나
공기업 갖고 지금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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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기업은 정치놀음을 위한 공깃돌이 된 듯하다.
공기업의 민영화 혹은 구조개혁을 중점 공약의 하나로 내걸고 출범한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소위 ‘고소영’ 인사들을 대거 공기업에 투하, ‘역시나’ 소리를 자아냈다.
그러더니 이제는 소위 전 정권 비리 척결(?) 차원에서 들쑤시기에 착수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검찰이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가보조금 비리를 ‘2대 중점 척결 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나섰음에도 언론을 통해서는 참여정부 게이트니 어쩌니 하는 소문들이 먼저 퍼졌다.
검찰은 현재까지 20여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 자료와 비리의혹 제보들을 수집, 관할 검찰청에서 수사 혹은 내사했거나 하는 중이다. 따라서 수사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게이트를 찾는다느니 하며 언론부터 떠들썩하게 시작한 검찰 수사가 아직은 이렇다 하게 성과를 못 올리고 단지 공기업 부패 폭로를 통해 행정부 불신만 키우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까지 참여정부를 향한 정치 공세용 꼬투리 잡기 시도는 지난 19일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구속시킨 게 전부다. 강 전 장관은 재임시 뇌물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뇌물수뢰가 밝혀지면 당연히 처벌돼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검찰이 손댄 사건마다 사전 소문만 무성할 뿐 정치적 실체가 드러난 것은 강 전 장관의 비리혐의뿐이라는 점이다. 전직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정부문서 유출이니 어쩌니 시비를 걸었던 일마저 그다지 시원한 성과를 올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앞선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의 빌미를 못 찾았다 뿐 정부 입장에서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기업 민영화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재료들이 제공된 셈이니 말이다. 이 정도 들쑤셔 놨으니 대중들도 더 이상 민영화가 옳으니 그르니 하는 논쟁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됐다. 하니 검찰의 새 정부를 향한 충성심은 충분히 증명됐음 직하다.
실상 공기업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 정권마다 거론만 되다 흐지부지 끝난 사안이라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걸 탓할 사람은 없다. 감시시스템이 부실한 공기업에 비리가 만연한대도 이상할 게 없고 정부 돈은 주인 없는 돈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공기업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 한들 새롭게 보이지도 않을 지경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기업들을 정치적 목적을 갖고 들쑤셔 놓으면 결국 기업의 가치평가가 하락되리라는 점 역시 불 보듯 뻔하다. 이쯤 되면 아무리 사업성 좋은 기업이라도 어차피 자력 회생은 더 어렵다. 결국 민영화는 피해갈 수 없는 수순이 되는 셈이다. 공기업을 매입하려는 국내외 자본들로서는 이래저래 신난 일이겠다.
지금 검찰이 공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일은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그렇듯 하필 지금 그곳들을 쑤시고 다니는 시의적 문제로 인해 의구심을 자아낸다. 통상적 비리수사라기보다 새 정권을 향해 던지는 충성맹세쯤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부터 탈바꿈을 시도한 지 10년 만에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가게 될 모양이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홀로서기 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독립하기가 두려웠나보다.
앞서 참여정부는 기존 정권들이 누려왔던 언론과 검찰의 충성맹세를 스스로 외면한 결과 집권기간 내내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됐다. 성과는 무시되고 과실을 부풀려지며 정치적 실패로 끝난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지 현 정부는 시작부터 검찰과 언론 장악의 의지를 강력히 표현했다. 검찰만큼 녹록찮은 방송에 대해서는 압박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은 공기업을 정치놀이의 도구로 쓰도록 묵인하기에는 지금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다. 여러 요인이 겹쳐 지금 경기는 위험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때에 정치놀음은 참 어울리지 않는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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