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發 수신경쟁에 저축은행 연 4.6% '맞불'···효과는 '글쎄'
시중은행發 수신경쟁에 저축은행 연 4.6% '맞불'···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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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8개월 만에 4.6% 상품 출시···시중銀과 자금조달 경쟁
올해 상반기 9년 만에 적자전환···이자비용, 전년比 2배 넘게 증가
수신경쟁으로 재정 건전성 우려 가중···"필요시 자본확충 고려"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저축은행이 최근 예금(수신)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시중은행과의 자금조달 경쟁 때문에 일반적으로 0.8~1%p(포인트)가량 높은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4%대 수신 상품을 선보이면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연 4% 중반대 수신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전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와 최고 금리는 각각 연 4.23%, 연 4.55%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8일엔 평균 금리와 최고 금리가 각각 4.24%, 4.6%를 기록했는데,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6%를 넘어선 것은 올해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올해 상반기 9년 만의 적자전환에도 수신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다.

금융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시중은행을 선호하다 보니, 저축은행 입장에선 매력적인 금리 제공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시중은행들 역시 5%대 수신 상품을 선보였는데, 당시 유치했던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시중은행들이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또다시 수신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금융권 수신 증가액은 약 96조원이다. 대다수 고객들이 1년 만기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중 적잖은 자금의 만기가 도래한 것이다.

문제는 저축은행 역시 자금조달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신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 입장에선 비용 부담에도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출혈경쟁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수신 경쟁 탓에 재정 건전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를 넘기자 저축은행권에서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6%대 특판 금리 상품으로 맞대응한 바 있는데, 이런 고금리 예금 상품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올해 상반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이 전년 동기(8956억원) 대비 9918억원 감소한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이자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21억원(15.8%) 감소한 데다 대손비용이 6292억원(48.3%)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자 비용은 지난해 상반기(1조2066억원)보다 2배 넘게 증가한 2조6572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입장에선 시중은행이 지핀 수신 경쟁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하는 SC제일은행의 최고 금리는 4.35%로, 저축은행(4.6%)보다 0.25%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다보니, 저축은행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6%대까지 예금금리가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유동성 비율이 400%를 넘은 상황이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고, 필요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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