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 '배기량→가격' 변경시 전기차 '폭망'···"전기차, 중량기준 적절"
자동차세 '배기량→가격' 변경시 전기차 '폭망'···"전기차, 중량기준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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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기량→가격' 자동차세 개편, 내년 하반기 입법 추진
차량 가격 기준 개편 시 전기차 세부담 '급증'에 판매 급감 예상
업계 "전기차 친환경성 반영한 과세 기준 마련돼야"
아이오닉5(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정부의 자동차세 개편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과세 기준을 배기량에서 차량 가격으로 변경할 경우 내연기관차 대비 배 이상 비싼 전기차에 과도한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큰 정책 목표를 거스르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배기량→가격' 자동차세 개편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부합하지 않고, 또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전기차 구매가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배기량에 따라 과세하는 기존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차량 가격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후 이해관계자와 산업계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행안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통령실의 '제4차 국민참여토론'에서 나온 자동차세 기준 개선 찬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토론에 참석한 국민의 86%가 자동차세 개선에 동의함에 따라 기존 배기량 과세 기준을 공정 과세 실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차량가액 등 다른 기준으로 대체하거나 추가·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동차세 과세 기준 개편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만큼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공정 과세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91년부터 시행한 현행 자동차세 과세방식은 자동차 소유에 따른 재산세적 성격이 있으며 도로 손상, 교통 혼잡 등 사회적 비용 발생에 따른 원인자 부담 성격도 있다. 세수는 특광역시세와 시군세로 귀속된다. 과세 기준은 배기량 1000cc 이하는 1cc당 80원, 1600cc 이하는 1cc당 140원, 1600cc 이상은 1cc당 200원이다. 3년차부터는 연 5%씩 최대 50%까지 세액을 경감한다. 예를 들어 1998cc 쏘나타 2015년식의 2021년 세액은 29만9700원(1998cc×200원×75%)이다.

모델S (사진=테슬라코리아)

이같은 배기량 과세 기준은 엔진 다운사이징과 터보 기술 발달로 기존 고배기량 고가 차량이 저배기량으로 바뀌면서 점차 설득력을 잃어 갔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 등장도 현행 자동차세 과세기준의 모순을 여가 없이 드러냈다. 2.0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2000만원대 현대차 쏘나타와 6000만원대 BMW 5시리즈 전기차의 연간 세금이 52만원으로 같다. 또 1억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S의 연간 세금은 13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세 과세 기준이 시장 변화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국산차 업계는 과세 기준을 가격으로 변경하면 수입차와의 역차별 문제는 해소되겠지만, 높은 배터리 가격 등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2배 이상 비싼 전기차에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고, 이에 따라 판매 부진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 등 값비싼 부품으로 인해 보조금을 적용해도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가격으로 바꾸면 전기차 구매자의 세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가 친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과세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같은 부작용을 감안해 전기차는 가격이 아닌 중량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전기차 보급 추이에 따라 차량 기준 과세 적용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은 "가격을 과세 기준으로 삼을 경우 재산 과세적 성격 강화와 과세 형평성 제고라는 순효과가 있는 반면 정부의 친환경 정책기조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며 "이 뿐 아니라 전기차 구매자 세 부담을 상대적으로 높여 소비자 구매 의욕을 저해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기차에 한해 일본, 덴마크 과세 기준이기도 한 중량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2022년 9월 기준 등록 통계를 통해 볼 때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차 대비 15% 이상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곧 도로 피로 누적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중량은 전기차 과세 기준으로 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의 환경비용은 실제 사용 행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세제 개편 시 주행거리에 따라 세 부담의 일정 부분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트 EUV (사진=GM한국사업장)
볼트 EUV (사진=GM한국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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