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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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의 새 국회 개원연설이 참 오래 걸렸다.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남짓에 열렸어야 할 국회가 여러 요인들로 인해 거듭 미뤄지다 석 달여 만에 드디어 개원한 탓이다.
광우병 정국이 국회 개원을 더디게 한 빌미도 주었겠으나 의석의 1/3도 채 확보하지 못한 채 내부 정비에도 시간이 촉박했던 제1야당의 사정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촛불 든 네티즌들은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들어가라고 등 떠밀었음을 상기할 때 후자가 더 본질적 이유였음이 분명하다.
그 적은 의석으로 국회에 들어간들 야당이 할 수 있는 몫은 참으로 하찮을 수 있을 터이니 국회 문턱에서 쉽게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물러설 곳도 없이 된 제1야당의 입지가 참으로 딱하긴 하다. 자칫 막강 여당의 들러리 노릇이나 하다 그칠 수도 있을 터이니 어찌 고민이 없었겠는가.
더 이상 표결에서의 여당 견제가 불가능해진 작은 야당이 할 역할은 그동안 우리 국회가 크게 부족했던 ‘정책국회’를 살리는 데 있을 터이다. 더 이상 으스대는 정치인이 사라지고 조사·연구원 같은 국회의원들이 늘어나면 야당은 새로운 역사를 일궈나갈 수도 있을 터이다.
어떻든 우여곡절 끝에 국회 개원연설을 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백여 일의 고심을 다 쏟아 부은 듯 각 부문에서 취임 초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현실성 있는 접근을 보였다. 그간의 미국 뒷자리에서 뒷짐 진 자세를 보였던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뉘앙스에서 아직은 미국식 시각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미국 뒷줄에서 한발 앞으로 나서려는 자세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민생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분은 정확한 팩트를 짚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핵심 요소이기도 한만큼 그동안 어떤 문제보다 심각한 고민을 거쳤음직하다. 경제살리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고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석유제품과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 물가를 압박하는 금융·외환시장에서의 요인도 점차 줄여가겠다 등등 열거된 항목은 새로울 건 없지만 정부가 무엇에 초점을 맞출지를 제시한 일종의 행정부 가이드라인으로서 의미가 있겠다.
그러나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면 보다 근본적인 민생안정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서민들의 일시적 안도감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폭등의 정치적 위험성을 분명히 인식한 정부가 물가안정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을 언급한다. ‘시장의 안정 기조를 해치지 않을 범위 내’라고 한정 짓지만 실상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흔들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불안정한 뇌관과 같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한 미사여구로 그칠 위험이 크다.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는 변함없음도 강조됐다. 지금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 매도세를 이어가는 이유가 민영화로 쏟아질 물량부담을 사전에 피하기인지 혹은 민영화 대상 기업에 눈독을 들여서인지도 검토하는 주체가 없는 현실이다. 민영화가 대체 누구 좋으라는 민영화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보기’하면 큰일 나는 줄 여기는 성싶어 답답하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20일 연속 매도세는 시장 개방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라는데, 국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미국 시장에서만 답을 찾으려는 모습이 대통령·기획재정부·시장 모두에 만연해 있다.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내용에는 당장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에 분명한 팩트도 있지만 감정적 판단도 상당히 담겨있는 듯 보인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노했다. 세계적으로 대의정치에 위기가 닥쳐오는 것도 현실이지만 그 요인이 인터넷이라는 판단엔 망연자실할 뿐이다. 그럴 땐 냉철한 이성으로 국가의 명운을 염려하는 최고지도자라기보다 그냥 고집 센 한 노인의 모습으로만 비친다. 그 모습이 시대의 흐름에 맞서 흰 수염 휘날리며 강바닥에 홀로 버텨 선 그림으로 그려지니 안타깝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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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 2008-07-13 00:00:00
①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세상에서 가장 굴욕적인 협상으로
전국민 정부를 규탄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며 2달 이상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② 후쿠다야스오 일본총리는 일본의 새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하는 방침을 이미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③ 북한 광관을 갔던 국민이 총격으로 사망하였는데
남북 냉각으로 대북 대화창구마저 폐쇄되어 사태파악도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은 과거의 국력이 빈약하던 시절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외교란 서로 도움이 되어 협력이 형성되는 것으로
그렇게 저자세로 대외협상을 하지 말고 당당하게 해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