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총재 "가계부채 연착륙, 총재가 된 이유"
[일문일답] 이창용 총재 "가계부채 연착륙, 총재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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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디레버리징, 금융당국과 공감대 형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가계부채 연착륙이 제겐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비중을 점진적으로 (GDP 대비) 8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기본적인 한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먼저 그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규제 완화 등 미시적 정책이 먼저고, 그 다음에 거시정책을 생각할 문제다"라며 "다만 지금은 (거시정책을 쓸)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부채청산)과 관련해 당국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대응은) 당연히 한은보다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에서 대응할 문제다. 다만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융비용이 지난 10년처럼 거의 0%, 1∼2%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가계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제 성장을 통해서 GDP대비 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는 정책의지와 성장률에 달렸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통화정책의 중심을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은의 목표는 첫 번째가 물가, 두 번째가 금융안정이다. 경기에 대해서는 얼마나 심각하냐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1.4% 성장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전 세계가 다 어렵다. 현재 1.4% 성장률이 금리나 재정으로 보완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계부채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부동산 관계 대출이 늘어난 데는 경기를 고려해 금리가 안정되고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집값이 바닥이니 대출받자'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0년 만기 대출 등을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회피한 것들이 작용해, 두달째 늘어났다도 본다.

지난 10여년 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다. 다시 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게 미시적·거시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

△미시적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더 크게 증가하거나 시장 반응이 부족하면 거시적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미시적 정책에는 그간 해왔던 규제 완화 정책을 양을 보면서 조절해 나갈 그런 순서가 먼저다. 그래서 미시적 대응은 당연히 한은보다는 금융위, 금감원 등에서 나설 것이다. 다만 정책당국과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라가지 않게 조정하고, 점차 낮춰 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경기 우려 커진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유지됐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만 하향됐다. 구체적 이유는.

△중국 부동산 시장 변화,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 파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기는 했지만,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중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을 낮춘 것이다.

반면 올해는 이제 4개월 남은 데다,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 10월에 보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수준 전망에 대해 알려달라.

△금통위원 여섯 분 모두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 모레 잭슨홀 미팅이나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 상방 옵션을 열어두기로 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수준은 긴축적인 영역이라고 판단하는지.

△그렇게 보고 있다. 직관적으로 명목 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를 기간별로 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우리의 실질금리가 높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인플레이션이 잘 컨트롤이 됐다는 뜻이다. 가격변수를 고려한 금융 상황을 보면, 전반적으로 한국 금리 수준이 긴축 범위에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돌파했다. 우려해야 할 수준인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환율이 오른 것은 달러 강세, 위안·엔화 약세 등 전반적 움직임에 동조한 것이었다. 큰 틀에선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일일 변동성은 커졌다.

향후 미국 긴축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예상보다 높게 가져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론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다.

한은은 금리뿐만 아니라 미시적 시장개입을 통해 변동성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환율 수준이 적절한지 보다는 변동성에 집중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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