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ESS 화재'···리튬전지 대체할 차세대 전지 개발 절실
'또 ESS 화재'···리튬전지 대체할 차세대 전지 개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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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ESS 화재, 15시간만에 진화···리튬전지 위험 '또 노출'
삼성SDI·LG엔솔 '화재 조기 대응책'만 마련···원천 차단 불가능
화재 위험 없는 신기술 개발 과제···소재 확보, 상용화 관건
23일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에서 불이 나 무인 방수 설비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23일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에서 불이 나 무인 방수 설비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는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기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ESS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 단점이 있다. 바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치명적 단점을 없애기 위해선 현재 리튬 전지를 대체할 새로운 이차전지 개발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24일 시장조사업체인 한국IDC의 ‘국내 외장형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전망(2023-2027)’ 보고서에 따르면 ESS는 앞으로 5년간 국내 연 평균 4.5% 성장세를 보이며 2027년 국내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세계 각국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ESS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ESS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관련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리튬이온 전지로 만들어진 ESS의 특성 상 한번 불이 붙으면 끄는데 매우 어렵다. 지난 23일에도 울산 고려아연 공장에서 ESS 화재가 발생해 화재 진압에만 15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9월 인천 현대제철 공장에서 있었던 ESS 화재도 7시간이 지나서야 진화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ESS 화재는 모두 44건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원인 미상으로 분류된 화재만 30건에 이른다. 지난해 발생한 ESS 화재 9건 중에서 7건은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삼성SDI는 2019년 ESS 화재 대응을 위해 약 2000억원을 투입해 특수 소화 시스템을 ESS 설비와 함께 설치했다. 당시 배터리 사업을 맡았던 LG화학 역시 화재 확산 방지 제품을 관련 시스템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ESS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ESS 안전 강화대책’에는 충전율을 제한하고 보증수명과 배터리 셀 적합성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올해 5월 전북 완주에 ‘ESS 안전성 평가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이 같은 대응에도 ESS 화재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리튬 전지 자체가 온도가 높아지면서 발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리튬 전지 특성 상 원천적으로 불이 나지 않도록 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리튬을 대체할 배터리 소재를 찾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리튬을 대체할 배터리 소재 중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된 것이 바나듐이다. 에너지밀도가 낮아 ESS에 적절한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화재·폭발 위험이 거의 없지만,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 특정 국가에만 자원이 매장돼 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카이스트(KAIST) 공동 연구진은 철과 크롬, 망간 같은 전이금속 이온에서 바나듐을 대체할 물질을 찾았다. 연구팀은 해당 물질을 활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 상용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수명이 길고 화재 위험이 낮아 리튬 이온 전지를 대체할 수 있다. 다만 바나듐을 사용해야 했던 만큼 소재 확보에 부담이 있었다. 

결국 ESS의 화재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계 관계자는 “화재 위험이 높은 리튬이온 전지는 결국 화재를 조기에 대응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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