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참사' 1년 지났는데···정부 대책은 여전히 낙제점
'반지하 참사' 1년 지났는데···정부 대책은 여전히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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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제도로 반지하 벗어난 가구 1%뿐···공공매입은 2.8% 달성 
침수방지시설 설치 조례도 올 6월말 통과···"보다 적극적인 대책 필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반지하 폭우 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반지하 폭우 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참사'가 일어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주택 개선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지하 거주자 이주 지원과 반지하 공공매입 후 재건축 추진 사업은 물론, 당장 침수방지시설 설치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태풍 '카눈' 상륙이 임박한 상황에서 '제2 반지하 침수 참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참사 직후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 거주자 이주 지원 제도를 통해 반지하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이주한 가구는 총 2248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시 반지하주택(2021년 말 기준 20만2741가구) 전체의 겨우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서울시가 파악한 관내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 중 바우처 지원을 받아 이주한 가구는 970호(3.4%)다. 침수 피해를 겪은 반지하 주민 가운데 LH 전세 지원을 받은 가구 수는 정확한 집계조차 없다.

반지하가 포함된 다세대주택 등을 일괄 매입한 뒤 리모델링(임대주택)·재건축을 추진하는 사업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매입 완료한 주택은 올해 목표치(3450호) 가운데 지난달 31일 기준 98호(2.8%)뿐이다. 

참사 이후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반지하 대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지난 5일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재난불평등공동행동이 개최한 '반지하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서 김광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23만 서울 반지하 가구 중 지상으로 거주지를 옮긴 가구는 2700가구밖에 안 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1%밖에 책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책 효과가 미흡하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반지하 거주자에 대한 이주지원과 반지하 공공매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제도 개선으로 서울시 반지하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주할 때 △반지하 특정바우처(월 20만원, 서울시 지원)와 △보증금 무이자 대출(최대 5000만원, 국토부 지원)의 중복 지급이 가능해진다. 또 다세대·연립주택 매입 시 반지하 세대 '단독 매입'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주 중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서울 반지하주택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장래 방재성능기준(강우처리기준)인 시간당 100㎜ 강우 시 침수예상지역 내 반지하주택은 1만5102가구(전체의 7.4%)다. 인근 하천의 계획홍수위(홍수량에 해당하는 물의 높이) 이하 저지대 반지하주택은 3만9351가구(19.4%)에 달했고, 급류·토사·산사태 등에 의한 침수위험이 큰 15도 이상 급경사 지역에 있는 반지하주택은 1만7711가구(8.7%)였다. 

침수 위험 반지하주택은 적지 않은데 정부와 서울시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차수판 설치도 전국 반지하 가구의 36% 정도만 완료된 상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반지하 등 취약가구에 침수방지시설을 신속 설치하기 위한 '침수방지시설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올해 6월 말이 돼서야 겨우 시의회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은 서울연구원 환경안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반지하주택은 침수위험뿐 아니라 화재, 육체적·정신적 건강 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주거유형"이라면서 "반지하주택 위험 해소를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고, 주택의 특성에 따라 규제, 지원 정비 등을 적절하게 적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저지대 반지하주택에서 침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일조·환기·채광 등 생활 환경 문제로 거주자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 및 소규모 건축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의 자발적인 반지하주택 리모델링·재건축을 유인하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즉시 추진과제로 기존 반지하주택의 침수 방지 시설을 확인하고 미설치 시 즉시 설치토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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