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 투톱체제 KB지주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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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행 '노심초사'…내부 난제 산적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KB금융그룹의 초대 회장에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이 내정됨에 따라 국내 금융권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지만, 대규모 '금융빅뱅'을 앞두고 M&A시장에서의 수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황 내정자가 현 MB정권과 밀월관계에 있다는 점은 지주회사 출범까지 적지 않은 대내외 잡음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권 파장은?
▲ 황영기 내정자 ©서울파이낸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황 회장 내정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황 내정자의 경우 증권·보험 등 은행 외 업무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은 CEO라는 점에서 향후 국민은행의 비금융 부문 강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황영기 씨의 회장 선임으로 국민은행의 약점인 비은행 부문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민은행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황 내정자는 정치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M&A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LG카드와 외환은행 인수에 잇따라 실패했던 국민은행으로선 M&A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서 애널리스트는 외부 인물이 회장으로 발탁됨에 따라 오는 9월로 예정된 KB금융지주의 출범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여타 금융사들의 경우, 황 전 회장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강정원 국민은행장 © 서울파이낸스
이른바 '공격경영'으로 우리금융지주를 국내 최대 금융사로 이끈 장본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현 정부와의 긴밀한 밀착 관계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은행장 등 내부출신 인사가 CEO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팔성 회장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친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매각을 앞둔 우리금융지주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황 내정자의 등장은 이같은 기대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충분해 보인다.
여타 빅4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도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알려져 있어 수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우리금융에 이어 KB지주 회장까지 친정부 인사로 채워지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친MB 인사라는 점이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다는 실망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MB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거액의 법인세 폭탄에 맞은 바 있다.
지난 수년간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에 성공하며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신한지주의 경우 표면상으로는 '은행권 왕따'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 KB지주에 황 전 회장이 내정됨에 따라 국내 빅4 은행 중 유일하게 MB정부와의 루트가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M&A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기대보다 '우려'
KB지주에 대한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게 사실이다. 황 회장 내정자로선 국민은행 노조의 극심한 반발도 풀어야할 숙제지만 무엇보다 상반된 경영 스타일의 강정원 행장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현재까지 은행장 선임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황 전 회장이 KB지주의 회장으로 낙점된 이상 강 행장이 은행장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황 전 회장과 강 행장은 80년대 뱅커스트러스트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최근까지 우리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으로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해 왔다.
공격경영으로 우리금융지주를 선두 금융사로 이끌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황 전 회장과는 달리 강 행장은 안팎으로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최근에서야 국민은행의 '내실경영'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행장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황 내정자는 회장과 행장의 '역할 분담론'을 내세우며 강 행장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회장은 지주사의 전체 전략과 비금융 부문에 집중하고, 은행장은 은행경영에 집중한다면 KB금지주의 순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강 행장 역시 황 회장 내정자를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리딩뱅크 1인자에서 2인자로 물러나게 된 강 행장이 황 내정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만약 황-강 투톱라인이 불협화음을 낼 경우, KB금융지주의 90% 이상의 자산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장이 실세가 되며, 회장은 사실상 허울뿐인 자리로 전락하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과거 우리금융지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의 노조 또한 황 전 회장이 풀어야할 쉽지 않은 숙제다.
국민은행 노조는 황 전 회장이 KB지주 회장에 거론된 직후부터 '낙하산 인사'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해 왔다.
노조는 황 전 회장이 내정된 직후에도 성명서를 통해 "이른바 '신관치의 망령'이 KB금융지주에 드리우고 있다"며 "MB대선 캠프의 유공자라는 배경을 앞세워 경쟁 은행이었던 KB의 최고 CEO에 무혈입성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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