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되는 한국 경제
염려되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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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우선주의 정권 내에서도 대표적 성장론자라 할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이 지난 주 기자회견을 통해 올 하반기 성장목표의 후퇴를 공식화했다. 보수 언론들을 통해 촛불시위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식의 대한민국 건국 이후 반복돼온 우익 나팔수들의 상투적 덮어씌우기도 부활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적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장목표의 후퇴를 선언한 것은 당장의 물가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150달러를 향해 고공행진 중인 유가만으로도 그리 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얼마나 고려됐는지는 몰라도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우려 증가와 같은 해외 요인 역시 한국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런 남들 다 겪는 어려움이라면 어떻게든 견뎌내며 다시 성장 동력을 회복할 것이다. 자원빈국인 우리가 좀 더 어렵긴 해도 또한 그 어려움을 극복해낸 역사적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사회이니까.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이 남들 다 겪는 자원 문제에만 그치는 것인지를 다시 점검해 봐야 할 듯하다. 한국사회의 내재적 요인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의 상황인식은 매사에 기본적으로 지금 잠시 진행속도만 늦추면 어떻게든 길을 뚫을 것이라는 이념적 낙관론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촛불시위가 격화되니 어물쩍 내용 없는 대응책들을 내보이며 시간끌기를 시도했고 한국 경제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해외 발 전망들이 쏟아지고 나니 겨우 성장목표를 조금 낮추는 식으로 염려를 잠재우려 한다. 그처럼 압력에 주춤주춤 밀려나기만 할 뿐 불리한 상황에서의 확실한 후퇴 작전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너무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닌지 이래저래 걱정이 커진다.
지금 해외로부터 우려 담긴 전망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위태로운 외환정책이 제2의 IMF 사태, 즉 또다시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 상황 등을 볼 때 한국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들은 일단 시장에서 한발 뺀 채 언저리를 서성대는 하이에나의 자세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주식시장은 상반기에만 17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고 외환시장에선 달러를 잡겠다고 외환보유고를 대폭 낮추면서까지 팔아대는 정부개입을 즐기듯 물량 다 받아먹고도 달러 값은 1040원을 넘어섰다.
이럴 때 ‘설마’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를 만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1차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정책라인의 핵심 가운데 한사람인 현 재경부장관이다. 그가 또다시 도박에 나서는가 싶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급등하는 유가에서 찾아야 한다. 수요가 크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비상에 화들짝 놀라 성급하게 외환시장 개입을 서두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위험 대비가 너무 소홀해 안팎에서 한국경제를 보는 불안한 시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의 경제정책은 내외 상황을 모두 일시적인 것으로만 보는 듯하다. 그래서 종합적인 대책마련보다 구멍 찾아 메우기를 반복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 잠깐의 시기만 지나면 다시 닫고 뛰기가 가능하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판국에 종부세, 양도세 감면 같은 위험한 카드를 다시 주물럭거리는 게 아닌가. ‘1%의 정부’라는 외발 자전거를 계속 타며 ‘대박 한방’의 꿈을 꾸는 한국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방식에 지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깊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이니 대체 이를 어찌해야 할까.
 
홍승희 서울파이내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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