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 황-강 '투톱 라인' 가능할까
KB지주, 황-강 '투톱 라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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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선 및 절차상 오류 '논란'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9월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이 지주사 회장 인선작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 작업은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금융시장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가속화돼 왔다. 그러나 최근 지주사 회장 선임 과정에 '황영기 카드'가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국민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단 '황영기 카드'는 강정원 은행장으로서도 무시 못할 복병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강 행장은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으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강정원 행장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황영기 카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강 행장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대안으로서는 충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황 전 회장에게 후보지원을 제안했던 이사회 임원 일부도 이같은 측면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강 행장의 경우 임기 동안 외형확대보다 내실경영을 추구해 왔다. 이 때문에 총자산이익률(ROA)과 순이자마진(NIM) 등 은행의 수익성 지표에서는 경쟁회사와 비교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LG카드 및 외환은행 인수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반면 황 전 회장의 경우 공격적인 외형확대 전략을 통해 우리금융지주를 국내 최대 금융회사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다만 강 행장의 치적과는 반대로 우리금융의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황 전 회장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상반된 경영 스타일에 대해 금융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향후 금융빅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황 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금융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 행장의 역할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상반된 경영 스타일이 조화를 이룰 경우 KB금융지주가 국내 리딩뱅크로서의 입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이 같은 '투톱' 체제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상반된 경영스타일이 회장과 은행장의 '알력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금융시장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황 전 회장과 강 행장의 경우 지난 수년간 경쟁회사 수장으로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해 왔으며, 앞서 뱅커스트러스트(BT) 근무시절에도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회장과 은행장의 겸임문제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현재로선 국민은행 지추위(지주회사 회장추천위원회)가 회장 인선절차를 마무리한 뒤 겸임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회장의 의중에 의해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황영기 카드는 국민은행은 물론 우리은행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행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전 회장이 경쟁사 수장으로 옮겨가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국민은행으로선 경쟁회사의 수장 출신 인사가 지주사 회장으로 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는 황영기 카드가 정치권과 연루됐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는 1일 '민간 금융기관인 KB금융지주회사 CEO는 MB 대선 유공자의 나눠먹기식 자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사외이사가)KB금융지주의 경영 지배구조를 결정함에 있어 외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관치를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황 전 회장의 우리금융회장 시절의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회사 CEO로서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건 아니지만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우리금융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황 전 회장이 경쟁회사로 옮겨가는 것이 우리금융으로선 이로울 게 없다는 계산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황 전 회장의 경우 금융회사 CEO로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하지만 우리금융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CEO가 경쟁회사로 옮겨가는 것을 반가워할 수만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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