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횃불로 키워가는 정부
촛불을 횃불로 키워가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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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주특기가 밀어붙이기라고 알아 왔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인가. 자꾸 촛불에 기름을 끼얹어 횃불이 되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목표가 소위 ‘좌파’라고 정의한 진보세력을 싹쓸이하는 것이고 지금은 그를 위한 핑계를 찾는 것인가.
밀어붙여서 능사가 아니다. 종교인들의 정부이니까 잘 알아들으리라 믿고 한마디 하자. 기도를 잘 하는 것은 주절주절 원하는 바를 읊어대는 이가 아니라 조용히 묵상하며 먼저 절대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알고 있다. 아닌가.
마찬가지로 유능한 지도자는 무엇을 부지런히 벌이기 전에 우선 국민의 소리를 정확히 알아듣는 이이고 그러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이다. 청소년들이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게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조선 선비들이 정치적 이상향으로 삼았던 요순시대는 백성들이 지금 임금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정도로 정치가 삶 속에 녹아들어있는 상태로 묘사된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정부가 무엇을 부산하게 벌이는 것보다 모든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치적 목표가 돼야 세상이 잠잠해진다.
정부·여당이나 재계 등 보수적인 그룹에서는 나라가 하루도 조용할 새가 없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아무리 조용히 하려 해도 뒤통수 맞은 자, 불에 덴 자에게 조용히 하란다고 조용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처 난 사람은 치료를 해줘야 평화가 오고 배고픈 사람은 먹고 나서야 평온이 찾아든다.
지금 정부는 계속 헛다리를 긁고 있다.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생존의 위협으로 느끼는 데 정부는 성장을 발목 잡는 반미·좌파로 몰아간다. 물가가 폭등의 출발점을 벗어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성장’의 미망에만 사로잡혀 정책을 그르친다. 그럼으로써 ‘1%를 위한 정부’라는 비판을 스스로 불러일으킨다.
‘성장’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성장이 우리를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해버린 아르헨티나 꼴로 만드는 성장이라면 그런 성장 추구에 동의할 사람은 없다.
모르겠다. 재벌들이 보기에는 국가가 망해버리는 말든 그 틈에서 기업은 돌을 벌고 살아남으리라 확신하며 정부를 몰아붙이는 것인지. 그러나 국가 경제가 추락하면 거기서 자양분을 취해 생존하던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리 없다.
아르헨티나의 부자들은 국가 부도위기 앞에서도 여전히 그 사회의 극소수 부자로 살아남아 있지만 그들이 세계적 부자로 성장할 기회는 잃어버렸다. 아르헨티나가 국민소득 2만달러의 문턱을 무사히 넘고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했다면 지금 아르헨티나 국적의 세계적인 부자들도 여럿 나왔을 게 아닌가.
지금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은 국가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사회적으로 진정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살필 책임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고 대비해야 비로소 세계무대에서 온전하게 살아남을 테니까 말이다.
흔히 국가 혹은 국가경제를 인간의 신체 건강에 비교하곤 한다. 그 비교를 하나 해보자. 아무리 칼로리 높은 음식을 충분히 먹어도 영양이 고르지 못하면 영양실조가 초래돼 건강을 잃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1%를 위한 정부니, 2%를 위한 정책이니 하는 소리들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영양실조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이를 무시하면 결국 함께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재벌·대기업들은 국민들 눈에 친기업 정부를 좌지우지 흔들기까지는 않는다 해도 지금 서로 손뼉 마주치며 환호하는 것으로 비친다. 정부의 모든 과실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는 물론 나눠지지 않아도 될 것이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공들인 게 다 물거품이 될 우려가 크다.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르는 운전자에 동조하다가는 사고를 향해 함께 달려갈 뿐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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