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지난 23일 렉서스코리아가 강원도 인제군 소재 인제스피디움에서 개최한 신차 시승행사에 참석해 'RZ'를 경험했다.
RZ는 도요타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e-TNGA(electric-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적용한 렉서스 브랜드 첫 전기차다. 작년 선보였던 전기차 UX 300e는 내연기관차와 플랫폼을 공유한 일종의 파생형이었기 때문에 첫 전기차로 보기 애매하다.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 용량은 71.4kWh고, 한 번 충전으로 제원상 377km를 이동한다. UX 300e와 비교하면 100km 이상을 더 간다. 근본부터 다르다 보니 더 큰 배터리를 달고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다. 상당한 발전이지만,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5.4km/kWh라는 높은 복합전비를 내면서도 최대 주행거리가 400km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렉서스는 에너지 소모를 막는 레인지 모드를 활용하면 제원상 수치보다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에어컨을 틀자마자 70km 가량이 확 줄어들었다.
150kW라는 급속충전 출력도 아쉽다. 강력한 경쟁차 중 하나인 제네시스 GV60의 급속 충전 출력은 350kW에 이른다. 충전 출력이 낮으면 그만큼 충전소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얘기다. 10% 남은 배터리 용량을 80%까지 채우려면 RZ는 30분, GV60은 18분이 걸린다.
RZ의 강점은 주행감에 있다. 렉서스가 만든 차답게 조용하고 편안하다. 어댑티브 댐퍼를 장착하지 않았음에도 시종일관 안락하다. 요철이 많은 노면 위를 달릴 때 역시 부드럽다. "앞 서스펜션에 노면 진동에 따라 댐퍼 압력을 조정하는 주파수 반응형 댐퍼를 꽂은 덕분에 렉서스다운 편한 주행감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시승행사에 참석한 카사이 요이치로 RZ 부수석 엔지니어 설명이다.
때때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듀얼모터가 300마력이 넘는 힘을 단번에 쏟아낸다. 렉서스 사륜구동기술 다이렉트4가 토크를 앞 20, 뒤 80으로 빠르게 분배해서 답답함 없는 가속을 펼친다. 고갯길에서도 뒤축에 토크를 몰아 예리한 거동을 실현한다. 타이어도 뒤 타이어 단면폭이 앞보다 넓어 노면을 끈질기게 붙잡고 나아간다. 가상음이긴 하지만, 속도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지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은 운전 재미를 돋운다.
앉은 자세는 보기보다 낮고, 디지털 계기판은 각종 주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울트라 스웨이드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실내 마감재와 오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마무리한 조립 품질은 높은 거주성을 선사한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글로브 박스가 없다는 점이다. 카사이 요이치로 RZ 부수석 엔지니어는 "조수석 공간을 넓히고자 글로브 박스를 없앴습니다. 대신, 콘솔 하부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브 박스까지 없앴지만, 공간은 넓지 않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가 짧기 때문이다. 차체 길이만 두고 보면 GV60보다 290mm 길지만, 휠베이스는 50mm 좁다. 가정이 있는 소비자라면 고민이 될 만한 부분이다. 다행히 트렁크 적재 용량은 522L로, GV60보다 2L 더 크다.
가격은 450e 슈프림 8480만원, 450e 럭셔리 9250만원이다. 시작가가 850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 50%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450e 슈프림을 8000만원대 초반에 구매 가능하다. 그래도 비싼 감이 없지 않다. 경쟁차 GV60을 비롯한 여러 동급 전기차들보다 비싸서다. 사실상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렉서스도 이를 아는지 유지·관리 걱정 없고 중고차 가격 방어도 할 수 있는 오토케어리스로만 판매한다. 또 구매자에게 10년·20만km 배터리 연장보증, 3년·3만km의 FMS(Free Maintenance Service) 쿠폰, 정기점검 픽업 및 딜리버리 서비스, 100만원 상당의 충전 포인트 등을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