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동자 개인 책임, 조합과 달라야"···현대차 손배소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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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불법 쟁의행위 막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대법원은 노조의 쟁의행위로 공장이 멈춰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노동자 개인에 대한 책임을 조합과 동일하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청 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노동자 개인의 책임은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현대차 울산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에 현대차는 공장 무단 점거로 손해를 입었다며 농성을 벌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급심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 볼 때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조가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 주체"라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노조의 지시에 따라 실행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은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사실상 지시 불응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을 상대로 낸 4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도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은 지난 2013년 7월 사측을 향해 정규직 채용을 위한 교섭에 응하라며 울산공장 일부를 불법으로 점거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불법파업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동자 5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위력행사로 사회 통념 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 노동자 5명이 총 2300만원을 회사에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 결과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사실 추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자동차와 같이 예약 방식으로 판매되거나 제조업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생산이 다소 지연돼도 매출 감소로 직결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고, 현대화된 기업 환경에서 제조업체는 생산 차질에 대응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생산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을 만회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경제단체들은 대법원 판단에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불법 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공동 의사에 기초한 하나의 행위 공동체로서 행한 것"이라며 "공동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전체에 대해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관계 없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도 "이번 판결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공동 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대법원의 판단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이 우려된다"면서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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