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전성시대, 그러나 국내은행 제대로된 전문가 부족
PB전성시대, 그러나 국내은행 제대로된 전문가 부족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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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자산운용보단 수신과 이벤트만 관심
외국은행, 전문가붙여 다각적 포트폴리오로 승부

최근 PB(프라이빗 뱅킹)전성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이 PB라고 말하는 프라이빗뱅커 수준은 다각적인 포트폴리오를 축으로 전문가들이 함께 붙어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Private Banking이기 보단 수신과 이벤트에 관심을 갖고 몇 개의 상품을 권해주거나 파는 Personal Banking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거액 고객 차지 비중 커진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억초과 거액계좌 동향(2003년 6월말 현재)이 최근 1∼2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저축성예금은 올 6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8조 3천990억이 증가한 161조 8천190억. 이중 정기예금의 거액계좌금액은 111조 7천90억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조6천20억이 증가했다.

이처럼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거액 저축성예금액이 늘어난 것은 은행들이 수익성 제고 노력의 일환으로 거액자산가 및 법인기업에 대한 고객차별화 영업전략(PB)을 꾸준히 추진한 데 따른 것이라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들은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전담 프라이빗 뱅커와 PB영업점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시티 등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PB 긴급수혈에 나섰다.

▶외국계, 다각적 PB전략 구사
대개 미국 등 해외은행들은 프라이빗 뱅크를 따로 두고 독립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외국은 자산운용, 부동산전문가, 해외 포트폴리오 구성인 등 100여개 이상의 기관이 함께 붙어 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외국계은행 PB담당자는 전했다.

국내서 영업을 하는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데이터와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산분배 모델에 이 같은 기록을 넣고 돌리면 과학적인 포트폴리오가 자연히 산출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PB담당자는 1인당 관리 고객이 100여명을 넘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현재 시티나 HSBC 등 외국계은행의 경우 PB 한명당 40∼50명의 고객을 관리하는데 비해 한국 PB들은 한 사람당 보통 400∼500명의 고객을 맡고 있다. 고객들이 외국계은행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한국, 은행별 특성 고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PB점포를 임대하는데 170억을 소요했다고 한다. 시중은행 PB는 “이 정도의 임대료는 20∼30년을 영업해도 본전을 못 건질 것이 당연하다”며 “당시 타행들은 30∼40억 정도를 제시했는데 국민은행만 170억을 제시해 그쪽으로 낙찰됐다”고 밝혔다.

하나, 신한, 조흥, 외환은행 등도 PB영업에 한창이다. 특히 이들 은행은 시티은행과 국세청, 타행에서 스카웃을 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스타일.
더욱이 최근엔 산업·기업은행 등도 PB영업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너도나도 은행별 고유 특성과는 무관하게 돈 되는 곳으로 달려드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PB는 “외국계은행이 한다고 국내은행도 PB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지 잘 모르겠다”며 “은행별 특성과 전략이 다르고 비용에서도 과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업법 개선 필요…시행까지는 4∼5년 걸릴 듯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프라이빗 뱅킹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국내은행의 PB는 금융업법에 묶여 외국 선진은행과는 달리 자문 및 성과수수료 등을 받지 못한다”며 “거액 예금유치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PB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개인금융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금융정책과 하주식사무관은 “금융법 개정과 관련해 각 업계의 입장차가 커서 조율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그러나 국내 PB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내년말까지 금융법 체제개편의 전체적인 그림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률확정과 국회의 입법과정, 실질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4∼5년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게 재경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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